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지 않고, 송객수수료 지출에 따른 대형 면세점 간 출혈경쟁으로 여전히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약 2조1845억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1조6782억원보다 30% 가량 늘었다. 이는 지난 3월 기록했던 사상 최대 매출을 다섯 달 만에 돌파한 수치다. 또 지난달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1조8548억원으로 작년 동기 1조3371억원보다 38.7% 증가해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커(중국 단체관광객)의 복귀가 여전히 답보 상태인 상황이지만, 대신 따이공이 몰리며 매출이 신장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해석이다.
특히 8월에는 우리의 칠석에 해당하는 중국의 연인절이 있었고, 친지 간 교류가 많은 중추절(中秋節)도 앞둔 시기라 국내 면세점에서 보따리상을 통해 선물을 사간 수요가 증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달 환율 급등으로 영향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졌던 것도 매출 호조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따이공은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입해 귀국 후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되팔이’ 상인이다. 주로 사회관계망(SNS) 등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남긴다. 과거 사드 사태 이후 늘어난 중국 내 한국 물품에 대한 수요를 파고들어 급격히 늘었다.
일명 ‘싹쓸이’ 쇼핑으로 객 단가가 높아 국내 대형 면세점은 따이공 유치를 위해 일종의 리베이트인 ‘송객 수수료’를 지출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 면세업계의 주 고객으로 봐도 무방하다. 업계는 매출의 70~80%가 중국인이고, 이 중 80% 이상을 따이공으로 추정한다. 현재 국내 면세 업계을 좌지우지할 만큼 성장했다.
매출을 올려주는 일등 공신이지만 문제는 따이공 의존 기간이 길어질수록 송객수수료 지출로 인해 겉만 화려해지는 ‘속 빈 강정’이 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대형 면세점들은 구매액의 20~30% 가량을 수수료로 쥐어주며 따이공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관세청‧한국관광공사 등의 관려 자료에 따르면 2015년 5630억원 수준이던 송객 수수료는 작년 1조3181억원으로 134%나 급증한 상태다. 면세점 업계 매출이 크게 증가해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는 면세점간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는 원인이기도 하다. 사실상 현재 면세업계는 높은 송객수수료를 지출할 수 있는 대형 면세점만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중견‧중소면세점들은 매출이 하락하며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따이공의 매출 비중이 훨씬 높아 수익성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더 들어설 예정인 만큼,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중견 면세점의 위기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