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진복에 4번째 문 지나니…로봇이 눈앞서 ‘만두’ 빚더라

[르포] 방진복에 4번째 문 지나니…로봇이 눈앞서 ‘만두’ 빚더라

기사승인 2019-09-29 11:59:00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어 헤어캡을 썼다. 방진복을 입고 머리를 다시 한번 감싼다. 롤러를 온 몸에 문지르며 방진복에 묻었을 먼지까지 떼어낸다. 끝이 아니다. 별도로 준비된 위생 신발을 신는다. 손을 씻고 꼼꼼히 말린 후에는 다시 소독제를 발랐다. 끝으로 영화에서나 보던 ‘에어 부스’에 들어가 양팔을 벌린다. 앞뒤로 유리문이 닫히고, 양옆에선 공기가 ‘촤’ 하고 뿜어져 나와 내 몸을 때린다.

한 올의 머리카락, 조금의 먼지도 허락되지 않는 이곳은 반도체 공장이나 정밀 디스플레이 연구소가 아니다.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이다. 27일 방문한 이곳은 출입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이후 긴 복도를 따라 들어서니, 마스크를 쓴 채 눈만 내놓은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이런 느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 만두 공장이라고 해서 뭔지 모를 ‘푸근함’을 기대했건만,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이곳은 비비고 왕교자, 한섬만두 등 CJ제일제당의 냉동만두 생산을 담당하는 곳이다. 현장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하루 무려 140톤의 만두가 생산된다. 한 알에 대략 35그램인 비비고 왕교자 제품을 예로 들면, 24시간에 대략 400만개 정도가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크게 놀랐던 것은 자동화였다. 기계가 만두소에 들어갈 부추를 세척했고, 골라냈다. 이후 ‘광학선별기’가 눈을 부릅뜨고. 혹시 모를 이물을 걸러내고 색상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부추만 통과시켰다. 이후 적절한 크기로 잘려나갔다. 양배추도 비슷한 과정으로 진행됐다. 두부 역시 식감이 가장 잘 살 정도로 갈려, 기계의 관 위로 뿜어져 나왔다. 만두피 반죽도 사람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 모든 과정에서 기계들이 이상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중간 중간 재료를 넣거나 관리할 뿐이다.  

오밀조밀한 만두 주름의 비밀은 무엇일까. 아주머니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만두를 빚는 풍경은 없다. 만두 형태를 빚어내는 ‘성형 공정’ 역시 기계의 몫이다. 반죽한 만두피를 기계에 밀어 넣자. 0.7m 가량의 얇은 두께로 일정하게 손질돼, 일명 ‘로봇 손’이 달렸다는 기계 속으로 들어갔다. 이후 손으로 빚은 듯한 만두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현장 직원은 “물결 모양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비공개 과정으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성형 공정’을 통과한 만두들은 1차 선별 후 100도의 온도로 찌는 ‘증숙 과정’을 거친다. 이어 일정한 온도로 식혀진 뒤, 영하 40도의 급속동결기를 통해 급속 냉동된다. 얼음알갱이 극소화가 관건. 재해동했을 때 식감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끝으로 포장 과정을 거쳐, 이르면 다음날 전국 각지의 대형마트에 진열된다. 

CJ제일제당에게 만두 사업은 특별하다. 비비고 왕교자의 성공으로 ‘매출 효자’가 됐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의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이같은 자동화 설비와 프리미엄 한식만두의 연구 개발을 통해 최종적으로 ‘한국식 만두(K-Mandu)’를 글로벌 식문화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인천냉동식품공장은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이기도 한 셈.   

이날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숙진 CJ제일제당 냉동혁신팀장은 “지난해 국내외 만두시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6400억원의 매출성과를 거뒀다”면서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미국‧중국 등을 공략해 ‘한국식 만두’를 글로벌 식문화로 만들어 2023년까지 글로벌 매출만 2조원을 돌파하겠다”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