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가운데, 유통업계가 좌불안석인 모양새다. 가맹점 갑질 논란, 대규모점포 입점에 따른 골목상권 문제, 미세플라스틱 검출, 가습기살균제 은닉 등이 핵심 사안으로 거론되며, 유통사 수장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다만 뾰족한 법적 강제성이 없어 이들이 실제로 국감장에 모습을 나타낼 지는 미지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감 증인으로 이갑수 이마트 대표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채택됐다. 부산 연제구 이마트 타운 등의 입점 과정에서 지역상권을 침해하고 있는 문제를 놓고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프라퍼티도 스타필드의 창원 입점 과정에서 지역상권을 심대하게 침해했다고 봤다.
또 중소기업벤처부의 일시정지 권고에도 경기도 하남에 일명 ‘배짱 개점’을 강행했던 코스트코 코리아의 조민수 대표도 증인으로 신청됐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7일 열리는 국감 증인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채택했다. 롯데푸드가 협력업체에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의혹을 신 회장에게 질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올해 국감에 나설 경우 두 번째 증인 출석이다. 단, 아직 올해 출석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와 김철 SK케미칼 대표,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환경부는 이들이 살균제 독성시험 보고서를 은닉한 것으로 보고 이에 따른 질의를 할 예정이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섬유유연제 문제를 두고 발라카 니야지 P&G 대표를 증인으로,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를 참고인으로 각각 부르기로 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도 오는 8일 열리는 중소벤처기업부 국감 증인 명단에 올랐다. 중기부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남양유업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관행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홍 회장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앞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남양유업이 2013년 불거진 갑질 사태 이후에도 대리점에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지난 24일 해명자료를 통해 "추혜선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 등으로 현직 대리점주를 포함한 수많은 남양유업 종사자들이 상처와 피해를 받고 있다"면서 "회사가 2013년 공정위 시정 조치 이후에도 밀어내기, 장부조작, 보복행위 등 여전한 갑질을 하고 있다는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업계의 주요 수장들이 줄줄이 소환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로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국감 증인 불출석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긴 했으나, 해외 일정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을 제출하면 처벌이 어려운 탓이다. 오히려 국감에 출석했다가 해명은 커녕 '호통쇼' 등 곤욕을 겪는 경우가 빈번했다.
일각에서는 묻지마식 국감 출석 요구에 따른 볼멘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국감인 탓에 보여주기식으로 증인·참고인 신청을 하려는 경우가 있다”라며 “기업인들에 대한 무분별한 국회 출석이 매년 이어지면서, 국가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