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훔쳐도 됩니까.” “한번 훔쳐보시죠.”
2일 오전께 찾은 이마트24 셀프 스토어 김포DC점. 매장 점장에게 정말 그냥 들고나가도 계산이 되느냐 의심스레 물으니 이 같은 답이 돌아온다. 껌 한 통과 땅콩, 삼각김밥 등을 점장의 눈을 피해 옷과 가방 깊숙한 곳에 슬쩍슬쩍 몰래 집어넣었다. 이후 아이스크림. 컵라면 등을 더 집은 후 매장 밖을 나서자, 이내 핸드폰에 알림이 뜬다. ‘4800원 계산되셨습니다.’
이곳은 신세계I&C가 이마트24와 손잡고 만든 무인 결제형 편의점이다. 지난달 30일, 일반 고객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매장을 개방했다. ‘물건을 집어 그냥 집으로 가는’ (Just Grab and Go) 기술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적용된 곳이다. 몇 번 사용 경험이 있는 듯한 한 고객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빠르게 물건을 집곤 5초 만에 훌쩍 나가버렸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입장하려면 신세계 SSG페이 어플리케이션(앱) 설치가 되어있어야 한다. 앱을 설치 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등록하면 된다. 이후 생성된 QR코드 창을 띄워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듯 ‘출입 게이트’에 대면 입장이 가능하다. 나갈 때는 QR코드를 다시 띄울 필요도 없이 곧바로 나가면 된다.
계산대가 없고, 출입 게이트가 존재하는 점만 빼면 일반 편의점과 같은 모습이다. 매장 규모도 약 46㎡(14평)로 소형 편의점 정도의 크기다. 하지만 진열대와 천장 등 곳곳을 뜯어보면 첨단 기술이 총 집약됐다. 매장 점장은 “천장에만 30대의 카메라가 붙어있고, 진열대에는 총 850개의 중량 인식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라고 소개했다.
무인계산의 원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상당히 복잡하다. 간추려 말하면, 천장의 설치된 카메라가 사람의 동선과 움직임을 인식하고, 진열대의 중량 인식 센서가 상품이 빠진 것을 감지한다. 이 두 정보가 종합되어 무인계산이 진행된다. 점장의 설명에 따르면, 봉지 땅콩과 껌 등 가벼운 상품의 진열대에도 센서가 있어 그램 단위의 미세한 변화도 감지가 가능하다.
돌발적인 상황을 배제한다면 상당한 상용화 가능성이 엿보였다. 실제 기자가 있는 와중에도 일반 손님들이 상당수 들어와 이용 후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소 어색했지만, 훨씬 간편할 것 같다”, “인파가 몰리는 시간에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들도 존재한다. 게이트 입장 후 물건을 집어 다른 손님에게 건넨다던지, 물건 위치를 다른 곳으로 바꾸는 등의 상황에선 계산 오류가 발생한다. 동시에 물건을 집었다는 이유로 계산이 안 된 손님도 발생했다. 물론 이외에도 예측이 어려운 다양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매장은 이 같은 결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게이트 내에는 10명의 인원만 입장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현재 점장과 직원 한명이 매장에 상주해 이같은 예외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환불과 담배 판매 등도 직원과의 대면 하에서 가능하다. 그럼에도 앞서 이마트24가 운영하고 있었던 무인 매장인 성수백영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백영점 방식은 셀프 계산대를 만들어 손님이 바코드를 찍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그쳤다.
당시 셀프 바코드 결제 시스템은 대중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마트24 김포DC점은 아마존고를 벤치마킹 후 이 문제를 해결한 첫 단추인 셈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셀프 바코드 결제에서 ‘Just Grab and Go‘ 기술까지 진일보해 나간 것이 큰 성과”라면서 “김포DC점 데이터를 분석해 여러 계산 혼동 사례를 수집 중이고, 신세계I&C와 손잡고 ’딥러닝‘ 등을 이용해 차차 이를 개선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