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국정감사 첫 날, 조국 논란으로 경제 등 주요 현안들이 다뤄지지 못한 채 아쉬운 시작을 알렸다.
국회와 정부세종청사 등에서 국회 소속 13개 상임위원회가 2일 오전, 동시에 문을 연 국정감사는 ‘조국 블랙홀’로 명명된 현 정국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몇몇 상임위는 시작부터 파행을 거듭했고, 대부분은 ‘조국’을 제외하면 별다른 ‘한 방’이 없는 ‘맹탕’에 가까웠단 평가다.
실제 교육위원회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담긴 조 장관 자녀의 진단서 요구나 입학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여부가 쟁점이 됐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사법개혁이나 조 장관 관련 압수수색영장 남발 등이 도마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조 장관 딸 관련 논문의혹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의 인턴경력 의혹이 제기됐다. 심지어 포털사업자들이 증인으로 불려와 ‘조국힘내세요’ 등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던 사안의 조작여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조 장관 관련 의혹에 관계된 증인채택 문제로 증인 없는 국정감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정무위원회에서는 증인채택 문제로 한 때 여·야 의원들 간의 설왕설래가 있었다. 이후에도 조 장관 해임건의와 관련된 요구와 지적이 뒤를 이었다.
정무위와 함께 증인 없는 국감을 시작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증인 채택 문제가 불거지며 고성이 오갔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단체로 국감장을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으며 반쪽 운영에 이은 파행으로 첫날을 마무리해야했다. 이외의 상임위에서도 ‘조국’이란 단어는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언급됐다.
이에 한 국회 관계자는 “다양한 사안들이 다뤄지긴 했지만 한 방이 없었다. 조사의 깊이나 준비도 충분치는 못했던 것 같다. 보고 있어도 내용이 크게 와 닿거나 문제라고 인식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맥이 빠졌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마땅한 저격수가 없어 야당이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듯하다”고 비난 섞인 풀이도 내놨다. 국감 현장을 지켰던 다수의 언론 관계자들도 ‘아쉬움’이 담긴 일련의 평가에 공감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 서로 탓하며 ‘정쟁’ 멈추고 ‘민생’ 챙기겠다는 여·야=이처럼 ‘맹탕’ 혹은 ‘아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박 원내대변인은 오전 질의가 끝난 이른 오후 “민생을 내팽개치고 국정까지 조국 장관과 관련된 인사청문회 내용을 재탕, 삼탕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한국당을 향해 “안쓰럽다”고 브리핑했다.
아울러 “국정감사는 야당의 무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모든 현안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조국만 물고 늘어지고 있다. 국회가 제 구실을 못하고 파행되는 동안 우리경제는 대외 무역 환경 악화와 초저출산·고령화 및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민생·경제·안보를 위한 국감 정상화를 촉구했다.
오후 국정감사까지 마친 6시 25분경에도 다시 한 번 국회 정론관으로 발길을 옮겨 “민주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민생국감’으로 만들기 위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행정부의 국정운영을 감시·견제하는 국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면서 ‘조국 국감’이 된 첫 날에 대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반면 한국당 장능인 상근부대변인은 오히려 민주당을 탓했다. 장 부대변인은 “민주당은 헌법 61조에 따른 국정감사는 하지 않고 피의자 조국 물타기를 위한 제1야당 원내대표 공격에 혈안이 됐다. 평소 민생 국감을 외치던 민주당이 민심이 이반되자 정쟁 국감에 혈안이 됐다”이라며 “전형적인 ‘물타기 국감’이자, 조국 ‘방탄 국감’”이라고 국감 첫날을 총평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권에서 발생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의 문제에 대해 철저히 살피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피의자 조국을 지키기 위해 야당 의원을 억지로 공격하는 추한 모습을 계속 연출하려면,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 배지 반납하고 문재인 정권 홍위병으로 취직하길 바란다”고 힐난했다.
바른미래당도 “국정감사를 통해 국정 전반에서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소임을 다할 것이다. ‘조국 국감’만이 전부는 아니다. ‘국회는 정부를 감시, 비판 기능’을 수행한다는 헌법규정과 헌법정신에 충실해 국정 전분야에 걸쳐 바른미래당은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미래지향적인 국감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논평을 내놨다.
이어 “오늘 문체위에서 자유한국당이 국감 보이콧에 나서게 된 것에 대해 바른미래당은 유감을 표한다. 그런 상황을 초래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더욱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역으로 비난하며 “‘조국 국감’으로 당면 경제위기, 북한 비핵화,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민생과 직결되는 현안들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까지 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분양가상한제 도입논란을 비롯해 북한의 안보위협, 한미방위분담금 협약, 기술형 입찰제도 문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추진현황 및 중간평가 결과 미공개, 책임총리제 도입 및 인사검증 지원부서 신설, 문재인 대통령 개별 기록관 설립문제, 제주·김해·대구 등 신공항 건설 관련 논란,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사건의 책임소재 등 수백개가 넘는 현안들이 서면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