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고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의 세금을 5년 동안 1조원 이상 낭비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해명에 나섰지만, 앞뒤가 맞지 않거나 상식적이지 못한 답변을 내놔 재반박을 당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기재부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국채발행 후 상환만기 이전에 매입하는 ‘바이백(buy-back)’이 무분별하게 시행돼 약 1조950억원의 이자를 추가 지출했다고 밝혔다.
무분별하게 시행됐다는 근거로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의 ‘국채 발행규모 대비 바이백 규모 비율’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이 같은 기간 연평균 0.0005%, 일본이 2.4%를 보이는 동안 우리나라는 10.7%로 국채 발행 후 상환 전 매입이 많이 이뤄졌다.
이 같은 지적에 기재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에 인용된 이자비용은 다양한 만기물의 국채를 발행 당시 모두 짧은 단기물(3년)로만 발행할 경우를 상정해 장단기 금리차를 단순 계산한 것이며, 최근 금리하락 추세를 감안할 경우 신규국채 발행을 통해 과거 고금리 국채를 소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자비용 관점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조 의원은 4일 기재부의 해명에 반박하고 나섰다. 먼저 국채를 단기물로만 발행할 경우로 산정해 단순계산했다는 해명에 “최근 5년간 국채 바이맥을 한 국고채는 모두 3, 5, 10년 3종류이며 3년물은 계산에 포함하지 않았다”면서 “자료를 잘못 읽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백을 통해 만기집중이나 특정연도 단기채 발행집중으로 인한 조달비용 급증 가능성을 낮추는 순기능을 간과했다는 해명에는 “기재부는 매년 말 다음연도 국고채 발행·매입·교환량 등에 대한 계획을 미리세워 발표한다”면서 “바이백을 하지 않아 만기집중에 따른 차환리스크가 확대된다면 이는 당초 기재부가 국고채 발행계획을 잘못 세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리하락 추세에 맞춰 고금리 국채를 매입해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에는 “기준금리 하락기조에서만 바이맥이 이뤄져야하지만 최근 5년 중 기준금리 상승시기였던 2017년과 2018년에 가장 많은 바이백이 실행됐다. 2018년 10월에는 발행당시 금리(1.692%)보다 0.3%p높은 금리(2.010%)에 매입을 해 60억원의 추가이자를 더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채 발행 대비 과도한 국채 매입은 국채 발행 비용상승 및 예측가능성 저하 등 국채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채 시장규모, 국고채 잔존만기, 국가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 수준의 국채매입(바이백) 규모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의원은 기재부의 국채 바이백이 무분별하게 혹은 과도하게 이뤄지는 원인을 정부의 ‘우수 국고채 전문딜러(PD) 선정기준과 인센티브’의 비합리성이라고 주장했다. 우수PD 선정시 ‘정책협조’ 등 정성적 지표가 결정적 역할을 해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국채시장 발전을 위해 쓰여야할 유·무형 자원이 우수PD 선정을 위한 수단으로 잘못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우수PD로 선정될 경우 저리의 금융지원, 비경쟁 국고채 추가인수권 등 유형의 혜택 뿐 아니라 중앙정부 관료와의 소통채널 확보 등 무형의 혜택도 함께 확보할 수 있는데다, 한 번 우수PD로 선정되면 다시 선정되기도 용이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많은 PD사들이 우수PD 선정을 위해 출혈경쟁까지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조 의원은 “정부가 계획적인 국채발행 로드맵을 수립함과 동시에 우수 국고채전문딜러(PD) 평가제도 및 인센티브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거나 우수PD와 비우수PD 간 혜택의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협조’와 같은 재량정·정성적 평가지표의 비중을 줄이고 우수PD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구조의 근본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