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삼겹살 할인에 돌입했다. 돼지열병 확진사례가 이어지면서 위축된 돼지고기 소비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도매가가 치솟아 대형마트 역시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이달 2일 도매가가 3000천원 대로 폭락하면서 상황이 급반전 됐다. 막혔던 물량이 한꺼번에 풀린 데다, 돼지고기 소비 자체가 줄은 탓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오는 16일까지 1등급 이상으로 선별한 국내산 냉장 삼겹살, 목살을 100g당 1680원에 판매한다. 이는 기존 판매가인 1980원 대비 15%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를 위해 삼겹살 120톤, 목살 40톤을 준비했다. 이는 삼겹살 기준 평상시 4주 동안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마트 측은 “소비 침체로 돼지고기 도매가가 하락하면서 어려움에 빠진 국내 양돈농가를 돕고 돼지고기 소비 촉진에 나서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도 역시 이달 16일까지 100g당 1680원에 국내산 삼겹살과 목심을 판매한다.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100g당 1690원에 국내산 삼겹살과 목심을 팔기로 했다.
최근 도매가 폭락 이전만 해도 대형마트는 가격 인상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몇 주 사이 30%대의 등폭락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축산유통종합정보에 따르면, 전체 돼지고기 1㎏당 평균 도매가격은 돼지열병 발병 전날인 지난 16일 4558원이었다가 지난 18일에는 6201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이달 2일부터는 3000원대로 폭락했다.
돼지열병 발병 이후 이동중지명령 조치에 도매가가 폭등했다가, 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물량이 풀렸지만,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폭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A대형마트는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돼지고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감소했다. 반면 수입 소고기는 28%, 닭고기는 25% 매출이 증가했다. B대형마트의 경우에도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대비, 23일부터 27일까지 삼겹살 매출이 3.3% 감소한 반면 닭고기는 4.5% 올랐다. 이를 두고 살처분 장면 등이 크게 알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혐오감을 느껴 대체육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상인들은 근본적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0년간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장사를 이어왔다는 이익성(65‧가명) 씨는 “지난달 돼지고기를 2kg, 3kg 택배로 주문했던 사람들이 돼지열병 발병 이후 취소 통보를 하더라”라며 “정부에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도, 아직도 ‘돼지고기 먹어도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하락한 도매가가 소매가로 적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매가 상승 때 사들인 물량과 하락했을 때 구매한 물량이 아직 시장에 혼재돼있는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삼겹살 소매가격은 1㎏당 2만250원이었다. 이는 도매가격이 최고치였던 지난달 18일 2만442원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한편 정부는 소비심리 위축을 막기위해 소비촉진 행사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동중지명령이 해제되면서 출하물량이 늘어 돼지고기 공급은 원활한데, 소비 위축이 나타나다 보니 생산자단체, 농협 등과 같이 소비촉진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