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보급률 및 사용률, 허위광고, 관치금융, 세금유용 등 지적에 정부, “억울하다”
‘제로페이’로 알려진 소상공인 간편결제 서비스가 국회의 국정감사 과정 중 난타를 당했다. 하지만 제로페이 사업을 추진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특별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제로페이 관련 지원법안 처리를 두고 정치권과 정부 간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앞서 제로페이가 국감장에 등장한 시점은 지난 8일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제로페이의 낮은 보급률과 사용률, 허위광고 여부, 관치금융과 세금유용 의혹 등을 문제 삼았다.
◇ “잘못된 사업설계, 소상공인 죽인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박영선 중기부장관에게 “중기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로페이 실적을 높이고 일반 가맹점의 수수료를 통한 수익 확대를 위해 대형마트까지 가맹점을 늘리고, 제로페이 사용 시 소득공제를 40%까지 높여준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다는 목적을 상실하고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위원회 소속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정부가 동네슈퍼 보호를 위해 지원하고 있는 전국 17개 시·도 나들가게 7563곳 중 24.3%인 1844개소만이 제로페이를 도입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소상공인 보호와 지원이라는 두 사업의 정책 목표가 효과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있다. 목표에 대한 고민 없이 졸속으로 확산·보급에만 열을 올린 결과”라고 비난했다.
아직 국회에서 통과도 시키지 않은 ‘소상공인특별법’의 개정을 전제로 40%의 소득공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허위광고에 해당하며, 여타 유사목적 사업들과의 연계를 신경쓰기보다 가맹점 확보와 수수료 수익확대를 위해 마트 등 대형가맹점까지 끌어들여 오히려 전통시장과 같은 소상공인들을 죽이는 서비스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국가의 결제시장개입, 은행도 죽인다”
여기에 맥락은 다르지만 제로페이 사업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같은 날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감에서도 있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 주도로 사업을 펼치며 분담금 등의 형태로 은행들에게 10억원 이상을 받아가며 적자를 강요하는데다, 장기적으로는 결제시장을 잠식해 은행과 카드사의 수수료 수입까지 줄어들도록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제로페이에 대한 비난은 지난 14일 서울시를 대상으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도 이어졌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제로페이에 명시적 예산만 100억원이 들어가고, 누적결제액은 317억원이 들었다. 이게 성과가 있다고 보느냐”면서 “좋은 취지만 얘기할 게 아니라 왜 활용이 안 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서비스를 직접 하면 민간이 경쟁에서 밀려 시장자체가 죽어버리기도 한다. 제로페이 결제시 공공시설 할인분을 서울시 교부금으로 메우는 것도 문제”라며 제로페이 사업의 정부 주도에 따른 부작용과 낮은 보급률 및 사용실적에 의한 적자운영, 세금 활용에 따른 시민부담 증가 등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 “국민 부담 늘리고 기만하는 제로페이, 그만!”
심지어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기된 제로페이의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반응해 국민의 부담증가라는 결론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와 정부는 총 174억원의 국가예산을 투입해 신용카드 대비 제로페이 이용률 0.02%를 기록, 직접 지원했다면 21만1093개 가맹점에게 점당 8만200원을 줄 수 있었던 예산으로 211원씩의 혜택을 주는데 그쳤다. 여기에 공공시설 10% 이상의 할인혜택을 주고 25개 자치구에 특별교부금을 걷어 약 330억원을 시민의 세금으로 보전해야했다.
더구나 공무원 등을 동원해 건당 1만5000원씩 수당을 지급하며 가맹점을 유치해 가입한 가맹점의 54%가 ‘어쩔 수 없이’ 가입을 했고, 그럼에도 부족한 가맹점에 수익성 조차 없어 수년간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을 민영화하고자 시중은행들에게 출연금을 받아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 은행이자율 증가 등을 유발할 우려까지 키웠다는 것이다.
나아가 현행 세법상 연말정산시 4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세특례제한법의 국회통과를 전제로 홍보한 것을 두고 “국회의 입법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당장 그만두고 진정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다면 끝도 없이 치솟는 최저임금을 현실화시키고 갑과 을로 양분된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라”고까지 말했다.
◇ 쏟아진 비난에 政, “돌도 안 된 갓난아기 뛰라는 격” 항변
야당의 제로페이를 향한 돌팔매질에 정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8일 국감에서 “4차 산업혁명 전환기에서 모든 결제가 모바일로 수렴되고 있다. 모바일 직불결제 도입은 피할 수 없다”면서 시대적 흐름에 의한 변화라고 답했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수수료 절감 등 긍정적 목적을 고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낮은 이용률과 관련해서도 “신용카드에 익숙해진 대한민국이 이와 결별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소비자의 결제행위의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소득공제 혜택확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4일 국감에서 “카드수수료가 제로가 되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라며 “(시나 정부의) 직접서비스가 아니라 시스템이 깔리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는 개인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어 “신용카드도 정착시키기 위해 국가가 40년 동안 노력했다. 제로페이가 시작된 지 10개월이 됐다. 갓난아이한테 뛰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낮은 보급률과 이용률,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에 항변하며 “우리의 비용은 인프라에 투자되는 비용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플랫폼 투자에는 3년 이상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고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허위광고 여부와 관련해서도 중기부와 서울시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당장 광고의 주체가 정부와 지자체로 광고법 상 사업자가 아닌데다 수차례 정부합동으로 세법 개정 및 소득공제 관련 정책들을 발표한 바 있어 기만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기타 여러 가지 사유로 허위광고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서울시 제로페이 관계자는 “허위광고라고 할 수 없다. 만약 법통과가 안 돼 허위광고라고 한다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일몰규정의 연장에 대한 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미 정부에서 방침을 정하고 알려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것도 허위광고라고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덧붙여 “40년간 정착한 신용카드나 여타 결제수단과 10달 된 제로페이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제로페이는 급속한 성장을 거두고 있다”며 소비자의 결제행태 변화를 통한 이용률 증가와 제로페이 보급률 향상을 통한 조기정착을 위해 결제편의성 증대나 소비자 친화적 환경조성, 가맹점 단말기지원 등 여러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