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날씨의 아이’가 구원하는 것

[쿡리뷰] ‘날씨의 아이’가 구원하는 것

기사승인 2019-10-16 16:28:15

국내에서 37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인 영화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3년 만에 신작 ‘날씨의 아이’를 내놨다. 작품 속 소년과 소녀, 아름다운 작화와 음악은 여전하지만 달라진 부분도 선명하게 눈에 띈다.

비가 그치지 않는 여름날, 16세 가출 소년 호다카(다이고 코타로)는 무작정 도쿄로 향한다. 어린 나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호다카는 우연히 만난 남자 스가(오구리 슌)가 운영하는 잡지사에 얼떨결에 취직한다. 잡지사 직원 나츠미(혼다 츠바사)와 함께 일본 내 기현상에 관해 취재하던 호다카는 비를 그치고 맑은 날씨를 불러오는 능력을 지난 ‘맑음 소녀’에 관해 알게 된다. 

호다카는 비밀스러운 소녀 히나(모리 나나)를 만나게 되고, 그가 기도하면 잠시 비를 멈추고 날씨가 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히나가 맑음 소녀임을 알아본 호다카는 그에게 날씨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두 사람은 맑은 날씨가 필요한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곧 맑음 소녀의 능력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고 위기를 맞는다.

10대 소년과 소녀가 우연히 만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휘말린다는 전개는 전작 ‘너의 이름은’과  닮았다.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날씨의 아이’에서 주인공들을 천진난만한 모습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호다카가 집을 떠난 이유에 관한 설명이 충분하진 않지만 불우한 환경 때문 인 것이 암시되고, 히나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일찍부터 경제 활동에 뛰어든다. 

비교를 피할 수 없는 ‘너의 이름은’과 다른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호다카와 히나의 결정적인 선택은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 타치바나와 미야미즈가 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성으로 나아간다. 소년과 소녀가 구원하는 것이 세상이 아니라는 결말은 자칫 고루해질 수 있었던 이야기에 독특한 방점으로 남는다.

날씨를 모티브로 한 만큼, 화면에 드높고 넓은 하늘이 펼쳐진다. 애니메이션의 강점을 살린 화면이 눈을 사로잡는다. ‘너의 이름은’ OST에 참여해 호평받았던 밴드 래드윔프스가 다시 한번 준비한 서정적인 음악도 주인공의 애틋한 상황과 맞물려 여운을 자아낸다. 

다만 서사의 구조가 탄탄하지 않고 흐름 또한 갑작스럽다는 인상을 지우긴 힘들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만 한 요소가 많았던 ‘너의 이름은’에 비해 다소 어두운 분위기가 있어,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성의 몸이 대상화되거나 농담거리로 소비되는 장면은 시대에 뒤떨어질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직된 한일 관계도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입·배급사 미디어캐슬은 지난달 공식 입장을 통해 개봉일을 알리며 “무기한 연기나 잠정보류가 아닌 연내 개봉이라는 선택이 각 시민사회에서 벌이는 캠페인과 사회적 분위기에 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많은 분에게도 고개 숙여 송구함을 구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오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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