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가수 겸 배우 설리의 발인이 17일 서울 연세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에서 비공개로 엄수됐다.
유족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동료, 직원들이 이날 설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SM엔터테인먼트는 모든 장례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으나, 유족의 뜻에 따라 지난 15~16일 팬들을 위한 별도 조문 공간을 마련했다.
생전 고인과 절친했던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구하라를 비롯해 박규리, 유아인, 홍석천, 윤종신, 안재현, 신현준, 구혜선, 핫펠트 등이 추모글을 올렸다.
고인과 한때 연인 관계였던 래퍼 최자도 16일 SNS에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했다. 이토록 안타깝게 널 보내지만, 추억들은 나 눈 감는 날까지 고이 간직할게. 무척 보고 싶다”고 적었다.
SNS에선 ‘#RIPSulli’, ‘#RIPChoiJinri’ ‘#진리야네곁에있어’ ‘#PrayforSulli’ 등의 해시태그로 고인을 기리는 글들이 줄을 지었다. 가수 아이유가 설리를 생각하며 쓴 노래 ‘복숭아’는 한때 음원차트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2005년 SBS 드라마 ‘서동요’로 데뷔한 고인은 2009년 그룹 에프엑스 멤버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배우 활동도 병행했다.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면서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이듬해 에프엑스를 탈퇴하고 독자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단독 리얼리티 ‘진리상점’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솔로 싱글 ‘고블린’(Goblin)을 냈고, 최근까지도 JTBC2 예능 ‘악플의 밤’ MC를 맡아 활동했다.
고인은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며 방송과 SNS를 통해 ‘여성의 속옷을 입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위안부 기림의 날과 낙태죄 위헌 판결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이 때문에 외신에선 그를 ‘스타들의 침묵이 선호되는 사회에서 소신을 밝힌 K팝 스타’(미국 빌보드), ‘페미니스트 파이터’(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으로 평가했으나, 국내에선 악성 댓글과 선정적인 보도에 시달렸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오히려 외신에서 설리 발언의 의미를 파고들고, 국내에선 노출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그 의미와 가치를 도외시한 점이 아쉽다”며 “언론을 비롯해 사이버 폭력 등 온라인 문화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