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육진흥원이 올해부터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인증과정의 핵심역할을 하는 현장평가자의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의원은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어린이집 현장평가자의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는 어린이집의 질적 수준을 정부기관에서 평가하고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어린이집 현장평가자들은 이 과정에서 현장을 점검하고 항목별로 점수를 부여한다.
김순례 의원이 보육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시·도별 현장평가자 및 어린이집 수’자료에 따르면, 충북, 전남 어린이집 현장평가자의 수는 각각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이동한 평균 거리는 2544km였으며, 이는 국토대장정을 5번 하는 거리에 육박한다.
현장평가자가 1개의 어린이집을 평가하는 데 평균 8시간이 소요되고, 이후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하루에 약 10시간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동거리가 205km에 달해, 평가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또 현장평가자들의 업무 경력에 비해 임금수준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평가자 지원자들의 어린이집 근무경력은 평균 10년이며, 이후 현장평가자로 평균 7년을 근무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무기계약직이며, 지급되는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인 월 193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조금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으면 이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지난해에만 20여 명, 전체 인원의 10%가 퇴직을 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기관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분들은 무기계약직이고, 이들을 지원하는 부서는 정규직인 것이 매우 아이러니하다”면서 “기본적인 평가는 온라인을 통해 시행하고 제출된 서류가 부실하거나 위법사항이 의심되는 경우 불시에 방문 점검하는 등 어린이집 평가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유희정 보육진흥원장은 “현장평가자들이 어렵게 일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이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