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거세지며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그린본드’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린본드는 신재생 에너지‧전기차‧공해 방지 사업 등 친환경 사업 투자에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목적채권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환경 시설 투자 강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GS칼텍스는 이달 21일 그린본드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발행 조건은 수요예측 이후 결정된다. 해당 채권의 발행규모는 1000억원에서 시작해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증액될 계획이다. 발행조건은 단기 3년, 장기 10년이며 오는 29일 발행될 예정이다.
회사는 그린본드로 마련한 자금을 여수 공장 환경 시설을 확충하는데 사용할 방침이다. 특히 대기오염 물질 저감장치 설치 및 악취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오염물질 배출량 저감을 위한 설비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이번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시설 투자로 미세먼지 원인 물질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그린본드 발행은 에너지 효율 향상, 환경인증 제품 생산 지속 등 미래성장 구축을 위한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사회적 책임 이행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경영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1위인 LG화학은 올해 4월 전 세계 화학기업 최초로 15억6000만달러(약 1조7800억원)의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LG화학의 글로벌 그린본드는 달러(USD)와 유로(EURO)로 발행되며, 5.5년 만기 5억달러와 10년 만기 5억달러, 4년 만기 5억유로 등 총 3개의 채권으로 구성됐다.
LG화학은 미국‧유럽 금융시장에서 발행된 한국채권 중 역대 최대 주문 물량인 총 105억불(달러 59억‧유로 41억) 규모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당초 예상보다 개선된 조건으로 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금번 발행으로 확보된 자금은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 공급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정호영 LG화학 COO(최고운영책임자) 사장은 “글로벌 그린본드의 성공적인 발행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결과”라며 “친환경 미래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더욱 고도화해 기업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정유회사인 SK에너지도 지난 9월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에 나섰다.
SK에너지는 그린본드 자금을 울산 사업장인 울산CLX(Complex:콤플렉스) 내에 건설 중인 감압 잔사유 탈황 설비(VRDS) 구축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설비는 선박 연료에서 황 성분을 제거해 저유황유를 만든다. 황 성분이 낮은 연료는 매연을 적게 배출한다.
저유황유의 수요는 2020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연료에 포함된 황 함량 비중을 현재 허용기준인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IMO2020’ 규제를 내년 초부터 시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든 선박은 저유황유를 쓰거나 황 성분을 자체적으로 제거하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
SK에너지는 내년 초까지 그린본드 자금 등을 이용, 감압 잔사유 탈황 설비를 완공해,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매해 2000억원~3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낼 계획이다.
SK에너지의 지주사 SK이노베이션도 올해 8월 국내 기업 최초로 그린 론(Green Loan) 조달에 나섰다. 그린 론은 그린본드처럼 친환경 사업 자금을 모으는 방법 중 하나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 론으로 모은 투자금을 친환경 사업으로 육성 중인 배터리‧분리막을 생산할 해외 공장을 짓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그린본드 발행은 SK에너지가 추구하고 있는 친환경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경제적 가치는 물론이고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하는 사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