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5개월 만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20대 신입사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김병훈 판사는 전기설계회사에 근무했던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단을 내렸다.
2017년 6월 당시 만 26세이던 A씨는 회사 입사후 근무하던 중 같은 해 10월 31일 회사 숙소에서 쓰러져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알려지지 않은 기초 질병이 악화해 뇌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일 뿐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하자 이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도 근로복지공단처럼 뇌경색 발병 전 A씨의 평균 근무시간이 업무상 재해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업무로 인해 뇌경색이 발병했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A씨가 입사한 지 한 달여 만에 거리가 먼 ‘기피 근무지’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납품일에 맞추려 야근과 휴일 근무를 반복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이를 두고 “신입사원으로서 10여명의 선배 직원들의 업무를 지원하고, 잡무까지 도맡은 데다 미숙한 실력으로 설계도 작성·수정 업무까지 수행한 것은 감당하기 과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가 회사의 숙소에서 홀로 생활했지만, 회사 대표를 비롯한 선배 직원들이 주 2∼3회 야근이나 회식을 한 뒤 A씨의 숙소에서 자고 이튿날 출근한 사실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신입사원인 A씨로서는 선배 직원들이 숙소에 오는 날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재판부는 발병 직전 1주간 업무량이 크게 늘었던 점도 지적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