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發 투자손실 충격… “CEO 짧은임기 현실화 바람직”

은행發 투자손실 충격… “CEO 짧은임기 현실화 바람직”

기사승인 2019-10-21 08:57:50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은행 CEO의 짧은 임기가 지목되고 있다. 1~2년에 불과한 임기 중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영업에 대한 압박이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과당경쟁과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로 연결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은행장의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장 임기 연장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년까지 줄어든 은행장 임기=국내 은행장들의 임기는 통상 2년이다. 여기에 성과평가 등을 통해 1~2년의 연임이 결정된다. 하지만 최근 은행장들의 임기는 더욱 짧아지는 추세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취임 당시 임기가 1년에 불과했다. 전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수익극대화 차원에서 농협은행장의 임기를 1년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임기가 1년 9개월로 2년에 못 미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임기가 짧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은행장으로 3년의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지주회장은 1년의 임기를 받았다.

결국 은행장들은 연임이나 지주회장으로 승전하기 위해 1~2년의 짧은 기간 동안 확실한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1~2년의 짧은 기간 동안 해외 진출이나 디지털 전환 등 장기과제를 통한 성과 창출이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영업 압박을 통한 수익확대에 은행장들이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DLF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간검사 결과를 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직원들에게 성과평가 지표인 KPI를 통해 비이자이익 상품판매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대출규제와 국민의 이자장사 비난을 피해 비이자이익을 늘려 성과창출을 꾀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업무가 광범위해 지면서 CEO가 새로 취임하면 업무파악과 현장시찰 만으로 반년이 지나간다”며 “남은 기간 동안 뚜렷한 성과를 창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 경영 보장한 해외 은행들=국내 은행장들이 취임과 동시에 1~2년의 짧은 임기를 보장받는 것과 달리 해외 은행의 경우 최소 3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만 봐도 차이는 뚜렷하다. 두 은행은 신임 행장에게 3년의 임기를 보장한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국민은행의 허인 행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1년을 추가해 총 3년의 임기를 보장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차이는 은행장의 재임기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8년간 미국 5대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재임 기간은 69.6개월(5.8년)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 16개 시중은행의 현직 은행장 평균 재임 기간은 22개월(1.8년)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장에 대한 임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자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장의 임기 연장 보다 지주회장에 쏠려 있는 막대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장의 임기를 1년 연장한다고 해서 은행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지주회장에게 몰려있는 과도한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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