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창립 26년만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대표로 영입하는 고강도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21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정기 인사와 분리해 이마트 부문만 한 달 이상 앞당겨 진행됐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新이마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강한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2분기에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는 2분기에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 5월 신세계에서 대형마트 사업 부문을 분리해 이마트를 신설한 이후 사상 첫 적자였다.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내주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들과 가격 경쟁을 벌이며 수익성마저 떨어진 탓이다.
3분기 실적 전망도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감소한 13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사상 첫 적자로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9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방어에 나섰다. 또 점포를 매각한 후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해 재무 건전성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체질 개선 작업에도 지난달 총매출액이 1조3551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달보다 7.2% 감소했다.
여기에 3분기 실적마저 어두울 것으로 전망되자, 결국 정기 인사를 한 달 이상 앞두고 수장을 경질하는 충격 처방을 내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기존 고정관념을 벗어나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과감히 기용했다"고 밝혔다. 신임 대표로 임명된 강희석(50)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는 해외 유통 트렌드에 밝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69년생으로 1957년생인 이갑수 전 대표와 12살 차이가 난다.
신세게그룹에 따르면, 그는 디지털 유통 전쟁에서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온·오프라인 유통전략에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마트가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새로운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온라인 사업에도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도 단행한 만큼 앞으로 상품 경쟁력 강화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올해 화두를 '초저가'로 잡고 8월부터는 상시 초저가 상품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추진 중이다.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초저가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한 데 따른 것으로, 매출 상승 등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SSG닷컴을 통한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 개편을 통해 SSG닷컴의 상품과 플랫폼 조직을 보강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6월부터 새벽 배송 시장에 뛰어들어 배송 권역을 점차 확대하고 하루 배송 물량도 늘려나가고 있다. SSG닷컴은 내년 1월부터는 하루 배송 건수를 1만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