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다 함께 가드레요…서로 배척만 한다고 된답니꺼”

“힘들면 다 함께 가드레요…서로 배척만 한다고 된답니꺼”

지자체‧상인회‧이마트 뜻 모아 ‘상생스토어’ 개점…“삼척 중앙시장 살리자” [르포]

기사승인 2019-10-25 04:03:00

지난 24일 오후 12시 30분께 강원도 삼척시 중앙시장. 인근 상인과 주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들에 섞여 시장을 가르고 도착한 곳은 중앙시장 C동 2층. 이날은 이곳에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문을 여는 첫날이다. 모처럼의 시끌벅적함에 상인들도 들뜬 것일까. 계단에 오르기 전부터 “빨리빨리 가 보셔들”, “함 둘러보러 가자니께” 등 상인들의 구수한 이야기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계단을 올라 2층에 들어서니 익숙했던 시장의 모습은 사라지고, 전혀 색다른 공간이 눈을 가득 채운다. 환하게 켜진 조명 아래 ‘어린이 놀이터’, ‘장난감 도서관’ 등의 시설이 자리했다. 특히 노브랜드 매장은 이미 오픈 전부터 알음알음 소문이 났던 탓인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장을 보던 강인숙(57‧가명)씨는 “가게서 쓸 주방 세제를 사러 왔는데, 물건이 싸다”면서 “건물도 훤해져서 아주 마음에 든다”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상생스토어가 들어서기 전, 이 건물은 20여 년간 공실로 방치되어 있었다. 술집과 식당들이 이따금 장사를 이어가기도 했었지만,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1층 정도에만 사람들이 드나드는 유령건물이었다. 하지만 강원도와 삼척시, 이마트가 ‘전통시장 살리기’에 뜻을 모으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강원도가 이마트에 상생 파트너로 삼척 중앙시장을 추천했고, 삼척시는 예산을 들여 시설 정비에 나섰다. 

중앙시장 상인회도 상생스토어 유치를 적극 반기며 협업을 결정했다. 인근에서 청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금희(54‧가명)씨는 “상인회에서 상생스토어가 들어온다고 했을 당시, 반대하는 상인은 한 명도 보지 못 했다”면서 “변화가 필요한데, 마트가 들어온다 해서 적대시만 해서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상생스토어에 즐길 거리들도 많아졌으니 앞으로 젊은이들도 중앙시장에 많이 몰리지 않겠나”라고 한껏 기대를 드러냈다. 

상생스토어와 함께 2층과 3층에는 청년몰 상가도 들어선다. 개점 첫날인 이날은 카페 한 곳만 운영 중이었지만 향후 식음료, 뷰티&헬스점 등 총 25개 청년몰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마트는 청년몰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청년 상인들을 대상으로 점포 운영 등의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청년몰 ‘제비다방’ 개점을 준비 중인 김택곤 씨는 “기대만큼 걱정도 많았는데, 좋은 기회를 통해 꿈꾸던 내 가게를 열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크다”라고 미소 지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중앙시장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판매 품목을 최대로 줄였다. 과일 야채, 담배는 판매하지 않는다. 참이슬, 카스 등 유명 브랜드의 주류 제품도 마찬가지다. 대신 시장에서 팔기 어려운 와인과 냉동식품, 생필품 등을 선별해 선보이고 있다. 인근 교동에서 거주 중인 이윤희(44)씨는 “과자나 가공식품을 사려면 근처 식자재마트를 가거나 했는데, 이젠 중앙시장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 편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통시장과 노브랜드의 상생은 실제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당진 전통시장의 매출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입점한 2016년 전년대비 10.99% 증가했다. 2017년에는 증가폭이 17.36%로 올랐다. 방문객도 증가해 시장 주차장 이용건수는 2016년 50.8%, 2017년 54.5% 늘었다. 피범희 이마트 노브랜드 상무는 “구미와 안성의 경우에도 상생스토어가 청년몰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젊은 고객의 방문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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