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인사드리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꿈 같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오늘 말을 버벅대거나 느리게 말해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악동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그이지만 이날만큼은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2010년 병역 기피 의혹 이후 처음 서는 공식석상. MC몽은 “연예인으로 살던 기억은 거의 사라졌다”면서 “방송 복귀가 아닌,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발매되는 ‘채널8’은 MC몽이 4년 만에 내는 정규음반이다. 더블 타이틀곡 ‘인기’와 ‘샤넬’을 포함해 모두 11곡이 실렸다. MC몽은 “10년 전의 MC몽과 지금의 신동현(MC몽 본명)로 사는 모습이 너무 달라졌다. 내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가수 송가인과 챈슬러가 피처링한 ‘인기’가 대표적인 예다. MC몽은 이 노래에 젊은 날의 반성과 후회를 담았다.
“다시 인기를 얻으려는 게 아니에요. 과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사람으로서, ‘인기는 결국 대중이 주는 힘이고, 대중이 정답이다’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제가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을 수 없고 모든 사람에게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음악으로 갚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음악만이 저를 숨 쉬게 해줬고 음악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온라인상에 수위 높은 비방글이 많고 ‘MC몽이 대형 로펌을 고용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등 사실과 다른 내용도 유포되고 있지만, MC몽은 “그걸로 고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그것조차 내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고 평생 품고 살아야 하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과 2016년 두 장의 음반을 내긴 했지만, 방송 등 매체에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싸늘한 여론 때문이었다. 그 사이, MC몽은 트라우마 증후군과 우울증을 진단받아 지금까지도 치료 중이다. MC몽이 “다시 건강해지고 있다”고 하자, 진행을 맡은 MC딩동은 기습적으로 “치아 상태는 어떠냐”고 물었다. MC몽은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지금도 치료받고 있다. 완치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입대 연기에 따른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했다. 무죄 판결이 난 병역 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굉장히 큰 사랑을 받았던 한 사람으로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늘 죄송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고개 숙였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겐 “자꾸 이런 모습들 보여주는게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과 다음날 예스24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 ‘몽스터주식회사’를 연다. 이미 작업해둔 곡이 많아 다음 음반 발매도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음반 마지막 트랙 ‘눈이 멀었다’는 다음 음반을 예고하는 일종의 ‘쿠키 음원’이다.
“10년 전의 MC몽은 사람을 좋아하고, 예능을 하며 행복해하고, 무대에서는 걸 좋아했어요. 하지만 실수도 잦았고 완벽하지 않았죠. 철이 없던 것도 인정합니다. 신동현으로 10년을 살아 보니 제가 몰랐던 게 많더군요. 제가 연예인이었던 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많이 내려놓았는데, 그게 장점이 된 거 같아요. 큰 사랑을 받은 데 대한 감사함은 있지만, 예전의 영광이 그립진 않습니다. 일상에서 희망을 찾고 행복을 찾는 이 시간이 좋아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