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시사 프로그램 '시사 직격'이 "한일문제 원인은 문재인 씨"라고 발언한 일본인 패널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5일 방송된 '시사 직격'의 '한일관계, 인식과 이해 2부작 - 2편 한일 특파원의 대화'에서 산케이신문 구보타 루리코 해설위원이 "한일관계가 어려움에 봉착한 원인은 문재인 씨의 역사관 때문"이라고 발언한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어 구보타 위원은 "문재인 정권은 친일의 뿌리를 가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온 일을 외교적 실패로 규정하고 그걸 무너뜨리고 바로잡으려고 한다"며 "반일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신념은 바뀔 리가 없다. 그런 신념이 있는 한 한일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선우정 조선일보 부국장 겸 사회부장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그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받은 돈으로 경제성장을 이뤘으니 이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하자고 제안했다.
선우 부장은 “우리가 받은 돈이 과거사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면 이 돈은 뭔가”라며 “이 돈으로 포스코와 경부고속도로 소양감댐을 지으면서 경제발전에 중요한 종잣돈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조상의 고난이 헛되지 않았어라고 믿고 우리 산업사회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조상의 핏값’으로 인정했으면 좋겠다. 이걸(경제성장으로 이룬 부를) 두세 배 피해자분들에게 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방송 말미에 건배사로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방송 이후 KBS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SNS에서는 한국 공영방송에서 일본 극우 성향 인사를 부르고 그 발언을 그대로 방송하는 것이 맞냐는 비난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KBS 시청자권익센터 게시판에 "매국방송 ‘시사 직격’ 제작진들의 사과와 중징계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제작진들은 다른 기자들을 섭외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견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국 기자들을 섭외해 그들이 한국의 주류인 양 일본 기자들과 대담을 시켜 일본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매국적인 방송을 제작했다"라며 "이건 대다수의 한국국민을 우롱한 것과 다름없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당장 사과하고 폐지하라", "이젠 아주 막 가는구나", “이런 방송에 왜 시청료를 내야 하나”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시사 직격' 폐지와 KBS 수신료 폐지를 촉구하는 글도 올라온 상황이다.
시사직격은 KBS 정통의 탐사 프로그램인 ‘추적 60분’과 다큐 프로그램 ‘KBS 스폐셜’이 폐지되고 통합돼 신설된 프로그램이다. 해당 방송은 일본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한 선우정 조선일보 부국장 겸 사회부장과 길윤형 한겨레신문 국제뉴스팀 기자, 한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구보타 위원, 나카노 아키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이 현재 한일관계를 진단해보자는 취지로 대화를 나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