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중증도 증명하라니”...속타는 중증 건선 환자들

“5년마다 중증도 증명하라니”...속타는 중증 건선 환자들

'완치없는 만성질환' 건선...환자10~20%는 희귀난치성 분류

기사승인 2019-10-29 05:00:00

피부에 하얀 비늘처럼 일어나는 각질을 포함해 전신적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만성면역질환 건선. 건선 환자의 10~20%는 일반치료로는 호전되지 않아 고가의 생물학적 치료제가 필요한 중증 난치성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런 중증 건선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희귀질환 산정특례제도가 실제 치료현장에서 다소 엉뚱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자들이 치료비 혜택을 계속받기 위해 일부러 질환을 악화시키고, 이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진 대한건선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피부과)는 28일 오전 서울 서울대병원 암병원 서성환홀에서 개최한 ‘세계 건선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산정특례제도는 5년이 지나면 혜택이 끝난다. 실제 현장에서 환자들은 5년 이후 산정특례제도의 혜택을 계속받기 위해서 생물학적 치료제를 중단하고, 재발해 증상이 나빠지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며 “제도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제도'는 진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중증질환을 치료 할 때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진료비를 경감해주는 제도다.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 5년간 특례 적용해 환자들이 본인부담금 10%만 부담하면 된다. 산정특례 제도에서는 5년마다 환자들을 재평가해 질환이 호전되지 않고, 심각한 환자들에게만 지속적으로 혜택을 제공한다.

문제는 중증 건선이 완치되는 질환이 아닌 꾸준히 증상을 조절하면서 관리하는 만성질환이라는 점이다. 치료제를 끊으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지난 5년간 치료비 혜택을 받아 증상을 잘 관리했더라도, 새로운 5년 동안 혜택을 받기위해 질환을 일부러 악화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조 이사는 “아직까지 생물학적 제재를 언제 중단해야 하는지 의학적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된 바는 없다”며 “많은 환자들이 생물학적 제재를 중단하면 빠르게 나빠지며, 종종 좋은 상태를 1년 이상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증상이 경미하게 조절됐던 환자도 생물학적 제재를 중단하면 언젠가는 나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철종 대한건선학회장(부천성모병원 피부과)은 “치료제 중단 시기를 의학적 판단이 아닌 제도권이 정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또한 생물학적 제재가 효과가 있더라도 같은 약을 3년 이상사용하게 되면 약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중간에 약제 종류를 바꾸는 것을 고려할 수 있는데, 현행 제도상 A라는 약에서 B라는 약으로 한 번 바꿀 경우 이전에 쓰던 A라는 약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한계도 있다”고 의견을 더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다만 생물학적 제재로 치료했던 모든 중증 건선 환자가 생물학적 제재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생물학적 치료를 하다가도 치료제를 끊을 수 있고, 또 경미한 증상에서는 일반 치료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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