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캄보디아로 선교 활동을 다녀온 강영희(56, 가명)씨는 출국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구하려다 실패했다. 지역 보건소에서 처방전을 받고 보건소 주변과 동네 인근 약국을 샅샅이 돌았지만 말라리아 예방약을 구비해둔 약국을 찾지 못한 것이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말라리아 감염이 마음에 걸렸지만 결국 빈손으로 출국했다. 강씨는 "약국 수 군데를 돌아다녀도 말라리아약은 없더라. 처방전이 있어도 쓸 수 있는 곳이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봉사나 선교를 위해 동남아 등 해외 오지를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는 가운데 말라리아 감염을 예방하는 의약품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질병관리본부의 ‘2018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라리아 감염 환자는 576명으로 전년 대비 11.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말라리아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1명으로 멕시코(0.6명)를 제치고 OECD 회원국 중 1위다. 나머지 회원국들은 발생률이 모두 0명이다.
국내 말라리아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방조치를 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 3군 감염병으로 분류되는 말라리아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말라리아에 감염되면 권태감과 발열증상이 수일간 지속되다 오한, 발열, 발한, 두통, 구역,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각한 경우 수일 내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북한 접경지역이나 열대 및 아열대 기후인 해외위험 지역에 방문했다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약제 종류에 따라 출국 전 최소 1주일 전 매주 1알씩 또는 이틀 전부터 매일 1알씩 미리 복용해야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예방약은 여행지에서도 계속 복용하며, 여행지역을 벗어난 후에도 4주간 또는 7일간 지속 복용해야 한다. 특히 봉사나 선교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해외 오지 지역의 경우 감염위험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말라리아 예방약을 상시 구비해두는 약국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 모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약사는 “동네 약국에서는 말라리아 예방약을 구비해 놓아도 찾는 분이 거의 없다. 1년에 1~2분에 불과해 몇몇 처방이 나가더라도 제고가 남기 쉽다”며 “가격도 비교적 높은 약이라 제고가 남으면 약국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말라리아 예방약을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국립중앙의료원 또는 ‘여행클리닉’을 운영하는 대학병원 인근약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여건이 안 된다면 동네 단골 약국에 미리 예방약을 주문해 받아보는 것이 최선이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국내에서 말라리아는 상시적으로 처방이 나오는 질환이 아니어서 일부 처방이 잦은 지역을 제외하면 일상적으로 준비해놓는 약국이 많지 않다. 예방약이 필요한 경우 처방을 받은 의료기관 인근 약국을 찾는 것이 좋다. 또 예방약이 구비되어 있지 않더라도 약국에 준비해달라고 요청하면 도심지역이라면 반나절에서 하루면 구할 수 있다”며 “약국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보다 단골약국에 가서 주문을 해서 받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말라리아 등 감염병 유행지역 여행이 예정돼있다면 출국 1개월 전부터 미리 예방접종과 예방약을 챙겨야 한다. 임채승 고대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도시나 휴양지는 감염 위험이 덜하지만 봉사나 선교지로 자주 가는 외곽지역은 더 위험이 크기 때문에 확실히 드셔야 한다”며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면 80~90% 이상 말라리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예방약을 복용하고 있으면 말라리아에 감염되더라도 비교적 약한 증상만 앓고 넘어갈 수 있고, 말라리아 예방약이 치료약을 겸하므로 현지에서 증상이 나타나면 가져간 약을 치료제로 쓸 수 있다. 2주 이상 오래 머무는 경우에는 치료용량까지 챙겨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