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뼈가 딱딱하게 굳는 강직성척추염. 병명이 생소한 탓에 환자들이 제때 진단을 받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뼈 변형이 시작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장애진행을 막을 수 있는데도 환자들이 평균 3년 이상 ‘진단 난민’으로 지낸다는 결과다.
31일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26개 의료기관의 강직성척추염환자 1012명을 대상으로 ‘강직성척추염 진단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발생하고, 점차 척추 마디가 굳어 변형되는 류마티스 질환이다. 주로 소아, 청년기에 시작되는 진행성질환으로 진단과 치료가 늦을수록 척추 외 다른 신체 부위에까지 침범하는 등 증상이 확산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준다. 일단 강직이 시작되면 돌이키기 어렵고, 한 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 그런데도 많은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회가 10~70대 강직성척추염 환자 1020명(남자 767명, 여자 235명, 무응답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들의 ‘진단 난민’ 기간이 평균 39.78개월로 약 3년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강직성척추염에 따른 염증이 눈을 침범하는 포도막염이 동반된 환자(255명)은 강직성척추염을 진단받기까지 소요된 시간이 평균 52.89개월로 더 길었다.
진단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단순 근골격계질환으로 오인해서다. 환자들에게 류마티스내과 방문 계기를 조사하니 ‘다른 의사의 권유’(63.4%), ‘지인 소개’(14.4%), ‘인터넷/SNS 검색 결과’(13.6%) 순으로 나타났으며, ‘류마티스내과’를 가장 먼저 찾은 환자는 18.2% 에 불과했다. 대신 ‘정형외과’(61.5%), ‘신경외과’(7.2%), ‘통증의학과’(4.5%), ‘재활의학과’(3.1%) 등을 먼저 찾는 경우가 흔했다.
강직성 척추염은 ‘견딜 수 있을만한 통증’으로 시작된다. 초기 증상은 대개 엉덩이와 골반 부위의 은근한 통증으로 나타나는데, 참을 수 있을만한 통증으로 여겨져 간과하기 쉽다.
가만두면 척추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은 물론, 만성 근육통, 통풍, 관절염 등 갖가지 동반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환자들은 진단 이전에 ‘고관절 등 관절염’(15.2%), ‘허리디스크’(14.9%), ‘만성 근육통’(6.5%), ‘자세 불량으로 인한 요통’(6.2%) 및 ‘통풍’(0.9%), ‘족저근막염’(0.8%) 등을 진단받은 적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강직성척추염은 다른 근골격계 질환과 달리 휴식 후에도 목, 허리 등 척추 부위 통증이 사라지지 않거나 더 심해지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환자들은 ‘척추의 통증 및 뻣뻣함’ 외에 ‘전신 피로’(59.8%), ‘근육통’(39.3%), ‘관절통’(37.0%), ‘무력감/우울증’(25.1%), ‘포도막염’(25.2%) 등의 증상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동반증상은 40대 이상에서, 진단 시기가 5년이 넘은 환자에서, 여성 환자에서 조금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세 이상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내과적 동반 질환이 많고, 심장 및 장 질환 동반이 많았다.
대한류마티스학회 홍보간사 김현숙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는 “강직성 척추염은 환자들이 견딜 수 있을 만한 통증으로 찾아온다. 때문에 참다가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강직이 진행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점점 관절 운동에 제한 생겨 요추전만증, 흉추 후만증등이 발생할 수 있고, 고관절 강직이 양측으로 발생하면서 관절파괴 및 심한 관절 변형을 야기 할 수 있다”며 “치료받을 수 있는 시점에 정확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높은 염증수치를 보이고 골극이 이미 형성된 환자는 강직이 진행되기 전에 진단부터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담배는 끊고 운동하세요”...평생 치료-관리해야
"일단 담배는 끊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운동도 꾸준히 하셔야 합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홍보위원인 박경수 교수(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는 "척추 강직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생활 속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강직성척추염은 진행성 질환이다. 현재 생물학적 제재 등 효과적 치료법이 나와있지만, 척추가 굳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금연, 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 약제들의 통증 완화 작용은 뚜렷한 편이나, 척추강직진행을 막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치료를 위해 약물 치료와 비약물적 치료인 금연, 운동 등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설문조사의 절반에서 질환에 대한 부수적인 교육에 대한 필요를 확인한 만큼 올바른 정보와 질환관리법을 전달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1월 첫번째 금요일인 1일은 '강직성척추염의 날'이다. 학회는 올해부터 강직성척추염의 날을 제정, 진단 난민을 줄이기 위한 질환알리기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 박성환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은 "강직성 척추염은 10~20대에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병과 함께 평생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며 "진단이 있기까지 평균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홀로 겪었을 환자의 고통을 다 헤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아픔을 줄이기 위해 질환 인식 증진과 질환 관리 교육에 대한 다각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