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올해 두 번 단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이 급격히 축소된 상황에서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은행권은 여전히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미국 연준은 3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1.50~1.75%로 0.25%p 인하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9월 성명에 포함됐던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빼고, “목표 범위의 적절한 경로를 평가하겠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한은에서는 이를 두고 미 연준이 추가기준 금리 인하와 거리를 둔 것으로 분석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이날 “그동안 의결문에 있었던 '(경기) 확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한다'는 내용이 '정책금리 스탠스가 적절한지 여부를 모색하겠다'는 것으로 바뀐 부분은 매파적(통화긴축)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발 맞춰 왔던 한은 입장에서 미 연준의 금리동결 기조는 인하 여력 축소로 이어진다. 미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현 0.50%p의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은행의 수익성은 한은의 기준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실제 신한은행의 올해 3분기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7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1.53%로 전분기 대비 0.03%p 하락했다. KB국민은행(0.03%p), KEB하나은행(0.07%p), 우리은행(0.09%p), 농협은행(0,06%p) 등도 0.03~0.09%p의 NIM 하락폭을 보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 축소는 은행권에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내년 미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하는 경기가 나쁘지 않은데 확장을 더 연장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소위 ‘보험성 인하’의 범주를 넘어선 중기적인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로 평가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상반기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1.50%로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하강 국면에 진입한 국내 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한 점도 한은의 부담이다.
은행 관계자는 “미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한은이 이미 한미 금리역전 폭이 0.75%p까지 벌어질 떄까지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면서 “특히 내년에 들어서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은에 추가 금리인하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내년 1차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대비해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금리인하에 따른 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해외진출과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