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딴 면세특허 ‘자진반납’…“축배 아니라 독배”

공들여 딴 면세특허 ‘자진반납’…“축배 아니라 독배”

한화 이어 두산도 면세사업 손 털었다…"미래 찾기 어렵다"

기사승인 2019-11-02 04:03:00

지난 2015년 일명 ‘면세 특허 대전’에서 축배를 들었던 신규 면세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중국 보따리 상인인 ‘따이공’ 유치를 위한 송객수수료 부담이 날로 커지며 수익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쓰러진 것이다. 해법으로 여겨지는 단체 관광객인 ‘유커’의 복귀도 여전히 먼 이야기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두산그룹은 4년 만에 면세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운영자가 특허 만료 이전에 사업 철수를 밝힌 것은 지난 4월 한화갤러리아 이후 두 번째다. 두산 측은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5월 개점한 두타면세점은 한때 연매출 7000억원까지 성장했지만, 사드사태로 인한 중국의 보복조치에 ‘유커’가 사라지고, 면세점 간 따이공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따이공’은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입해 귀국 후 되팔아 수익을 내는 '보따리 상인'이다. 주로 사회관계망(SNS) 등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남긴다. 사라진 유커의 빈자리를 채우며 국내 면세점 매출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일명 ‘싹쓸이’ 쇼핑으로 객 단가가 높아 면세업계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 수수료’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일종의 리베이트 싸움이다.

현재 따이공은 국내 면세업계의 주 고객으로 봐도 무방하다. 업계는 매출의 70~80%가 중국인이고, 이 중 80% 이상을 따이공으로 추정한다. 현재 국내 면세업계를 좌지우지할 만큼 성장했다. 

장사꾼인 따이공들은 최대 효율을 추구한다. 송객수수료가 높고, 다양한 품목의 물건과 재고가 많이 있는 대형 면세점을 선호하고 동선을 최대한 줄인다. 이런 이유로 ‘면세점 빅3’ 신라, 롯데, 신세계 등 대형 면세점이 몰려있는 강북권으로 몰리는 것이다. 따이공의 수혜를 입지 못했던 여의도의 갤러리아면세점은 지난 4월 “면세시장 왜곡”을 외치며 포기를 선언했다. 

실제,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빅3'의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지난 2분기에도 업계 1위인 롯데와 2위인 신라는 각각 700억원 안팎의 영업 수익을 올렸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은 194억원, SM면세점은 7억3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출혈 경쟁에 따른 실적 악화로 한화와 두산 같은 대기업마저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내달 중 시내면세점 6개를 추가로 허가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다. 충남 지역은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으로 1개가 들어선다. 업계에서는 신규 면세점 허가가 출혈 경쟁만 과열시킬 것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유커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내면세점만 더 생긴다면 경쟁만 심화된다는 것.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라, 롯데, 신세계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앞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더 나올 가능성이 많다”면서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더 늘린다 해도, 대기업도 포기하고 나가는 마당에 면세사업에 뛰어든다는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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