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페, 페스타, 쓱데이 무슨 차이냐”…대형마트 고객들 ‘갸우뚱’

“코세페, 페스타, 쓱데이 무슨 차이냐”…대형마트 고객들 ‘갸우뚱’

[르포] 대형마트 3사 할인도 '제각각'…소비자 "코세페 행사인지 몰랐다"

기사승인 2019-11-04 03:00:00

“코세페요? 자세히 몰라요. 오늘은 이마트에서 ‘쓱데이’ 세일을 크게 한다고 해서 나왔어요. 포털 검색어에 계속 나오더라고요.” 이마트 성수점에서 만난 김숙희(43)씨.

“홈플러스도 코세페 참여 기업인가요? 행사가 많아서 구분 못해요. 그냥 싸면 구입하고 있어요. 뭐 코세페가 중요한가요.” 홈플러스 잠실점에서 만난 신동원(48)씨.

국내 최대 쇼핑 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 개막 첫 주말을 맞은 지난 2일. 주요 대형마트들이 본격적인 할인에 돌입하면서 매장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드는 모습이었다. 다만, 각 마트들이 코세페보다 자체 할인 행사를 앞세우면서 정작 코세페와 연관성은 찾기 힘들었다. 다수의 소비자들도 이같은 할인을 코세페가 아닌 일반적인 연말 세일로 여겼다. 대형마트 3사의 할인 전단지에도 딱히 코세페를 부각한 곳은 없었다. 

오후 1시께 찾은 이마트 성수점에는 이미 카트 행렬이 길게 늘어서 계산대 앞을 가득 메웠다. 이날 이마트는 ‘쓱데이’ 이벤트로 한우 등의 상품을 반값에 내놨다. 쓱데이는 신세계가 ‘대한민국 대표 쇼핑 축제를 만들겠다’며 연 할인 행사다. 계산을 기다리던 주부 최성희(42‧가명) 씨는 “둘 다 대표 쇼핑 축제라 하는데 (코세페와 쓱데이가) 같은 것이냐” 되물으며 “코세페는 무슨 행사인지 와닿지 않는다”라고 평했다.

입구부터 매장 전체를 둘러보며 코세페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이마트 개점 26주년 할인 등을 알리는 홍보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 직원들도 코세페 보다 쓱데이, 이마트 창립기념 등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특가 상품인 TV와 게임기도 쓱데이 행사로 팔렸다. 코세페를 아예 모르는 직원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애초 신세계는 쓱데이 등의 행사를 거론하면서 특별히 코세페 참여를 강조하지 않았다.

오후께 찾은 롯데마트 잠실점도 코세페보다 롯데쇼핑 40주년을 앞세워 '블랙 페스타'를 진행 중이었다. 롯데마트는 '10년 전 가격'을 테마로 '국민 체감 물가 낮추기' 프로젝트를 열겠다고 했다. 딱히 코세페가 아니어도 이전 ‘초저가’ 할인 행사에서 흔히 보던 문구다. 식품코너에서 계란을 고르던 이승민(38)씨에게 ‘이전과 달라진 게 있느냐’ 물으니 “할인 상품이 좀 늘어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같은 상황에 꼭 코세페가 필요하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홈플러스 잠실점에서 만난 신동원(48)씨는 “행사가 많아 구분도 잘 가지 않는다. 그냥 싸면 구입하고 있다”면서 “코세페라는 걸 억지로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혹평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달 31일부터 할인행사 ‘블랙버스터’를 열고, 식품과 생필품 할인에 나섰다. 코세페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홈플러스는 이마트, 롯데마트와 치열한 초저가 전쟁을 벌이고 있던 터였다. 

올해 코세페는 이전과 달리 민간 주도로 처음 열렸다. 그동안 코세페는 할인율도 미미할뿐더러 품목도 단조로워 매년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번엔 관(官)을 배제하고, 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해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했던 것. 하지만 역설적으로 코세페의 의미 자체가 사라져 버린 모양새다. 기업들이 각자도생에 나서며 각종 행사를 꺼내들자, 코세페는 거추장스러운 곁가지가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들이 ‘블랙페스타’, ‘대한민국 쓱데이’, ‘블랙버스터’ 등 각각 다른 행사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코세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됐다”면서 “딱히 코세페를 이유로 할인하는 품목도 거의 없어, 소비자 입장에선 허울뿐인 행사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이커머스와 대형마트가 그간 다양한 행사를 하며 경쟁을 벌여왔던 것도 코세페에 둔감해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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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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