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휘감고 있는 캔버스, 그 안에 한없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여인이 있다. 시선을 마주치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여인이다.
‘이순(耳順)을 넘어 정봉숙 대작대전 100점 전(展)’을 6일부터 18일까지 갤러리고트빈 TJB점에서, 19일부터 다음달 22일(일)까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봉숙(59)은 2016년 30년 만에 화단으로 돌아와 금세 미술애호가들을 매료시킨 서양화가다.
유학 생활을 접고 귀국한 뒤 뇌졸중으로 쓰러진 모친을 30년간 병간호하면서 작품을 발표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본업으로 돌아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고, 서울, 대전, 그리고 고향인 부여에서 쉼 없이 개인전을 열었다.
오랫동안 화단에서 활동하지 않았지만,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은 덕분에 작가의 나이만큼이나 농익은 작품은 사람들을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고요한 자태의 여인과 화사하게 빛나는 꽃을 대비시키거나 색과 빛을 부드럽게 사용하는 화법은 르누아르를 연상시키지만, 붓 터치는 더 섬세하다. 인물화에서도, 풍경화에서도 그렇다.
작가는 여성, 특히 누드에 몰입한다. 하지만 여체는 에로스적이기보다는 아가페적이다. 사람, 특히 여성에 대한 무조건의 연민과 사랑이 느껴져서다. 어쩌면 자각(自覺)에 이른 작가의 페르소나일 수도 있다.
유달리 따뜻한 색감을 잘 쓰는 정봉숙의 그림은 한층 쌀쌀해진 날씨에 더 어울리는 듯하다. 바람 부는 거리를 거닐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 코트를 벗을 때의 기분이랄까.
정봉숙은 1960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부여여고와 한남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목원대 서양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 문화예술 부분 한국을 이끌어갈 혁신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