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 주부 절반 가량은 올해 ‘고된 노동과 김장 스트레스로 인한 후유증’을 우려해 김장을 하지않을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대상 종가집에 따르면 지난 10월14일부터 20일까지 1주일간 종가집 블로그를 통해 총 3115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4.9%가 김장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김장포기 응답자 56%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장 계획이 없는 주부들 중 김장 대신 포장김치를 구입하겠다는 답변은 58%로, 2016년 조사 당시 38%에 비해 20%포인트 상승했다.
종가집은 “이는 전 연령대에서 김장을 하는 것보다 포장김치를 사먹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형성됐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뒤늦게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영향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김장 재료의 가격이 폭등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김장으로 ‘육체적인 스트레스’ 받는다, 58.7%로 가장 많아
이번 조사에서는 다수의 주부들이 김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장 경험이 있는 주부들에게 ‘김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느냐’는 물음에 75.1%가 ‘고된 노동과 김장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또 ‘정신적인 스트레스(13%)’ 보다는 김장을 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육체적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58.7%)’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김장으로 인한 작업과정 및 소요시간만 봐도 노동의 강도는 상당하다. 배추절임을 포함한 김장 시간은 응답자의 21%가 24시간 이상, 20%가 15~18시간을 꼽았다. 이는 하루 혹은 이틀에 걸쳐 김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장에서 가장 힘든 과정으로는 ‘김장 속, 배추를 버무리며 오래 앉아 있을 때(25.1%)’, ‘배추 절임, 무 썰기 등 재료 손질할 때(23.7%)’ 등이 꼽혔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김장을 경험한 주부 4명 중 1명(24.8%)은 김장 후유증으로 인해 병원을 방문한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장 뒤 후유증이 심한 신체부위로는 ‘허리(44.4%)’, ’손목(23.3%)’, ‘어깨(15.8%)’, ‘무릎(15.5%)’ 등을 꼽았고, 컨디션 회복에 필요한 시간은 ‘이틀 정도(33%)’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회복하는 방법으로는 잠을 자거나, 찜질방에 가서 몸을 푸는 것을 선호했다.
‘김장 피로도를 다른 가사 노동과 비교했을 때 가장 비슷한 경우’에 대한 질문에는 ‘명절 음식 준비(53.4%)’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아, 명절 수준으로 김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포장이사업체 없이 직접 이삿짐 싸기(21.9%)’, ‘집안 대청소(16.2%)’ 등을 김장과 비슷한 수준의 가사 노동으로 꼽았다.
◇5060 김포족의 76%, 김장 대신 포장김치 구매의사
종가집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는 5060 세대의 포장김치에 대한 인식에 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50대 이상 김포족(김장포기족) 중 ‘포장김치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자는 76%로 지난해 61%에 비해 15%포인트 늘었다. 이는 과거 포장김치 구매를 꺼리던 50대 이상의 주부들 또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으며, 고된 노동 대신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식 전환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장 대용으로 포장김치를 구매한지는 길게는 ‘7년 이상(10%)’, 짧게는 ‘작년 김장부터(31%)’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1~3년 미만’이 26%, ‘3~7년 미만’은 21%, ‘올해 처음 포장김치를 구매하겠다’는 답변은 12%인 것으로 나타나 최근 3년 사이 김장 대신 포장김치를 선택한 비율은 57%, 올해부터 구매하겠다는 답변까지 포함하면 69%에 달했다.
50세 이상의 주부들이 이처럼 빠르게 김장 대용으로 포장김치를 구입하고 있는 변화는 ‘고된 노동과 그로 인한 후유증’이 가장 큰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설문에 응답한 50대 이상의 주부 중 김장을 포기하게 된 이유로 ‘고된 노동과 스트레스로 인한 후유증’을 답한 비율이 56%로 가장 높았다. 김장으로 인한 고된 노동을 김장 포기의 이유로 꼽은 것은 3040 주부는 49%, 4050 주부는 51%로 전체 응답자의 모든 연령대에서 1순위로 작용했다.
이는 지난해 고된 노동으로 김장을 포기한다고 응답한 38%에서 50.6%로 응답률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주부들에게 김장으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항목이다.
또한 직접 김장을 하더라도 소량 김장을 택하는 비율도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김장 계획이 있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예상하는 김장 배추의 양’을 물었을 때, ‘20포기 이하’라고 답한 비율은 56%로 지난해 47% 보다 9%포인트 늘었다. ‘10포기 이하’라고 답한 비율도 지난해 18%에서 올해 25%로 7%포인트 증가해 김장 소량화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장김치는 소용량보다 비교적 저렴한 중용량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김장 대신 포장김치를 구매할 계획인 주부들에게 ‘포장김치 구매 단위’를 물었을 때, ‘3~5kg 중용량 제품을 수시로 구입한다’는 응답이 5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1.7kg 이하 소포장 제품을 수시로 구입한다’는 응답은 27%, ‘10kg 이상 대용량 제품을 구입한다’는 응답은 21%로 나타났다.
올해 김장을 할 계획인 주부들에게 ‘김장을 하는 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과반수가 절임배추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절임배추 구입 후 양념 속만 직접 만든다'는 답변이 50.7%, '절임배추와 양념 속 모두 구입한다'는 답변은 11.9%로, 김장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추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