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예정된 시내면세점 입찰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다. 한화와 두산 등 대기업도 사업을 포기하는 마당에 과연 신규 진입이 가능하겠냐는 것. 일각에서는 유찰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롯데‧신라‧신세계 ‘빅3’도 불참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업계는 면세 특허권을 쥐기 위해 ‘접전’을 벌였던 모습과 비교하면 상반된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이달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별로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 충남은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으로 1개의 신규 특허가 나온다. 이를 두고 업계는 애초부터 상당한 우려를 표했었다. 이미 면세점이 ‘따이공’ 위주로 재편된 상황에 면세점을 늘리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요지였다.
중국의 ‘따이공’은 해외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입해 귀국 후 되파는 '보따리 상인'이다. 주로 사회관계망(SNS) 등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남긴다. ‘사드 사태’ 이후 사라진 ‘유커’를 대신해 급격히 늘었다. 일명 ‘싹쓸이’ 쇼핑으로 객 단가가 높아 국내 면세업계는 따이공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 수수료’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일종의 리베이트 싸움이다.
이에 많은 송객수수료를 지출할 수 있는 자본력과 여러 면세 품목을 갖춘 롯데‧신라‧신세계만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중견 면세점은 지속적인 매출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올해만 두 개의 시내면세점이 문을 닫았다. 한화, 두산 등 대기업에서 운영하던 면세점들이다. 이들은 치열한 출혈경쟁에 “면세사업에서 더 이상 수익을 얻기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롯데‧신라‧신세계의 서울 시내 면세점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지난 2분기에도 롯데와 신라는 각각 700억원 안팎의 영업익을 올렸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은 194억원, SM면세점은 7억3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도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롯데·신라·신세계도 이미 강북권에 많은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어 딱히 더 늘려야 할 필요성이 없는 상태다. 현대백화점면세점만 참여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면세사업은 더 이상 황금알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이공으로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면세점은 이미 국내 면세점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마카오 국제공항, 태국 푸껫 시내면세점,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 등 총 다섯 곳의 해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해외 면세업체 '3Sixty' 지분을 인수해 미국 진출을 꾀하고 있는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해외에서 무려 1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1월 호주 브리즈번과 캔버라 공항점, 멜버른 및 다윈 시내점,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 등 총 5개 점포를 열었고, 지난 7월에는 베트남 하노이 공항점을 오픈했다. 롯데면세점은 2020년 해외에서만 매출 1조원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런 흐름에 업계는 신규 입찰이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화 두산도 포기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더 안 좋은 상황”이라면서 “공고와 조건이 관건이겠지만, 현재로선 대형 면세점들도 참가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잘못된 수요 예측”이라며 “면세점 특허를 남발하기 시작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