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용역업체 근로자들이 '경쟁없는 전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가운데 병원 측이 무리한 요구라며 거부했다.
11일 분당서울대병원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정규직 전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환경미화, 환자이송, 병동보조 등 이 병원 용역직 근로자로 구성된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대노조 분당서울대병원 분회는 지난 7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근무 중인 모든 용역직 직원을 무조건 고용승계방식으로 전환 채용해달라는 것이 노조의 요구다. 이번 파업은 병원 내 파견·용역직 근로자 1350여명 가운데 민노총 조합원인 400여명이 이끌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운 이후 일선 공공 의료기관에서는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앞서 서울대병원 본원은 '전면 정규직'을 놓고 수년째 노조와 갈등을 지속하다 이달 부로 용역직 근로자를 포함한 병원 내 노동자를 전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파업을 진행한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도 "서울대병원 본원은 파견·용역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분당서울대병원은 이와 달리 공개경쟁 절차를 거치려고 한다"며 조건없는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은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되,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병원 측은 노조에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및 '채용비리 방지 추가지침'에 따라 제한경쟁, 채용 절차 간소화 등 기존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절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17년 7월 20일 이후 입사자는 제한경쟁이 아닌 공개경쟁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근무 중인 직원 전원을 무조건적인 고용승계 방식으로 전환 채용할 것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노조는 병원 출입구와 로비를 점거하고, 고성으로 단체시위를 벌이는 등 병원 이용 환자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는 병원 내 환경미화, 환자이송, 병동보조 등의 업무공백에 따른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근무자 투입, 사무 및 행정 분야 근로자의 업무 지원 등 동원 가능한 방법을 모두 이용해 대처하고 있다"며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채용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여 국민의 신뢰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으며 정부 가이드라인과 채용비리 방지 추가지침을 위배할 수 없으므로 현재 용역 노동조합에서 요구하는 채용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병원이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