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유튜브 ‘유튜브 경제학’ 이야기

한국인의 유튜브 ‘유튜브 경제학’ 이야기

기사승인 2019-11-11 14:42:20

지금 전 세계는 유튜브에 빠져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단 국내 통계만 보더라도 유튜브의 영향력과 확장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2019년 4월,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로 조사됐다. 한 달 총 사용시간은 388억 분. 시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65억여 시간에 달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총 이용시간(258억 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2위는 카카오톡(225억 분), 3위는 네이버(153억 분), 4위는 페이스북(42억 분)이 뒤를 이었다. 주 이용 연령층도 고른 편이다. 유튜브는 10~50대까지 전 세대에 걸쳐 공통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10대와 50대의 이용시간이 두드러진다. 특히 50대 이상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사용시간이 50% 이상 급증했다. 이제 5060 세대들도 TV 리모콘을 내려놓고 컴퓨터 마우스를 잡고 클릭하는가 하면,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검색에 열을 올린다. 모두 유튜브가 바꿔 놓은 일상의 변화다.

유튜브로 인해 바야흐로 1인 크리에이터 시대가 열렸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유튜브’다.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문화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대표적인 예가 손녀딸의 추천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73세 박막례 할머니다. 박막례 할머니는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이라는 제목의 콘텐츠로 239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지금은 8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로 거듭났다. 얼마 전에는 유튜브 CEO인 수잔 보이치키가 박막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버 크리에이터에 맞서는 키즈 크리에이터도 있다. 브이로그와 장난감 리뷰 등의 콘텐츠로 1,2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보람튜브’의 이보람(6세) 양은 한 달 수익이 무려 4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의 최연소 유튜버는 ‘서은 이야기’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신서은 양이다. 신서은 양의 부모는 아이가 생후 21개월 됐을 때 처음 유튜브를 시작해 지금은 구독자 346만 명을 보유한 유명 채널이 됐다. 

유튜브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과 확산은 물론이고 정치와 선거 문화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유튜브는 이메일이나 전단지에 의존하던 기존 선거전의 양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2007년 7월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열렸다. 이때 CNN보다 더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토론 영상을 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50대 이상 유튜브 이용률을 높인 결정적 이유도 바로 정치다. ‘유튜브를 장악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극적인 말도 서슴지 않고 나올 만큼, 유튜브를 통한 정치 선전 효과는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영상 중심으로 ‘보고 느끼는’ 이미지의 감성 정치가 ‘읽고 쓰는’ 텍스트 중심의 교과서적 정치를 뛰어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정치인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정치력과 영향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수동적으로 매체의 선택을 기다려야 했다면, 지금은 본인이 원하면 당장 자신의 일상을 담은 V-log(Video+Blog)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 블로그에 일기를 올리던 사람들이 영상 플랫폼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유튜브 덕분에 가능해졌다. 평범한 일반인들도 셀럽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유튜브를 ‘민주적 플랫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리뷰, 먹방, 뷰티 등 유튜브 영상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높이 산 기업들의 참여도 날로 활발해지고 있다. 매일 10억 시간 이상 시청자가 머무는 플랫폼은 기업에서는 최고의 마케팅 탐구인 셈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유튜브를 “수백만 명에게 상상하지 못한 차원의 즐거움과 교육, 자극, 상호 교감의 길을 열어 준 근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평가했다. 유튜브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유튜브가 바꿔 놓을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한국에선 더욱 그렇다. 4차 산업혁명에 어울리는, 더욱 혁신적인 플랫폼이 등장하더라도 유튜브가 지금껏 쌓아온 방대한 콘텐츠의 힘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다. ‘Broadcast Your Self! (당신 자신을 방송하세요!)’를 슬로건으로 내건 유튜브가 앞으로 어떻게 우리 일상을 얼마나 더 변화시킬지 자못 궁금하다.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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