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식도암, 새로운 치료 표적 유전자 세계 최초 발견

난치성 식도암, 새로운 치료 표적 유전자 세계 최초 발견

기사승인 2019-11-19 10:31:30

난치성 식도암인 식도편평상피세포암의 발생을 조절하는 새로운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번 발견으로 식도암의 진단플랫폼과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이상길 교수(소화기내과)와 한양대 생명과학과 남진우 교수 연구팀은 식도암에서 빈번히 발견되는 편평상피세포암의 발생에 관여하는 새로운 긴 비암호 RNA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NAS)이 발행하는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국립과학학술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식도암은 흡연과 음주 등을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국내 식도암의 대다수가 편평상피세포암종(Squamouse cell carcinoma)으로 치료가 쉽지 않다. 편평상피세포암종은 식도암 외에도 두경부암과 폐암 등에서 빈번히 나타나지만 치료타겟이 많지 않아 난치성암으로 꼽힌다.

DNA는 암호정보의 약 1.5%를 통해 단백질을 만든다. 나머지 98.5%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아서 비암호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비암호화 영역의 경우에는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그 기능에 대해 밝혀진 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암세포에서 발견된 돌연변이가 비암호화 영역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암호화 영역이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비암호 유전자 전사물질인 긴 비암호화 RNA(LncRNA)가 DNA의 비암호화 영역에서 많이 만들어져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 발생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암호화 유전자를 진단과 치료에 이용하고자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비암호화 영역에서 발생하는 LncRNA는 암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주요 타겟이 된다.

연구팀은 식도편평상피세포암 환자 23명에게서 얻은 암조직의 RNA를 차세대 염기서열분석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Lnc RNA 유전자 HERES가 정상조직보다 의미 있게 많이 존재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밝혀진 유전자를 HERES(Highly Expressed noncoding RNAs in Esophageal Squamous cell carcinoma)라고 이름 붙였다.

HERES는 세포의 분열과 암이 되는 과정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체계인 Wnt 신호전달체계를 다중으로 조절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Wnt신호체계는 여러 암에서 고장이 나있는데, HERES의 발현을 억제하면 Wnt신호체계를 조절하여 암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중국과 서양에서 분석된 식도편평상피세포암 환자군과 비교해 공통적으로 발현하는 113개의 Lnc RNA 중 HERES를 포함한 6개의 LncRNA가 환자의 예후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식도암을 비롯한 편평상피세포암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마커로 이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HERES의 발현을 늦췄을 경우 암세포의 세포분열이나 침윤, 이동도 줄어들었다. 유전자 형질 발현을 조절하는 화학적 변형인 DNA 메틸화 역시 HERES에 의해 조절되고, DNA 메틸화를 유도하는 단백질 복합체 역시 HERES 억제에 따라 조절된다는 사실도 밝혔다.

편평상피세포암 세포주를 이식한 동물실험 결과, HERES를 억제했을 때 암세포주의 성장이 줄어들었다.

이상길 교수는 “이번 LncRNA 유전자 HERES의 발견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DNA 비암호화 영역을 이용한 암치료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식도암뿐만 아니라 두경부암과 폐암에서 발견되는 편평상피세포암종의 암발생 예측 표지자와 표적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복지부 다부처유전체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HERES 발현 억제제를 포함하는 편평상피세포암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이라는 특허를 취득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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