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황교안 대표께 우리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

나경원 “황교안 대표께 우리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

기사승인 2019-11-23 18:28:06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귀국 후 곧바로 청와대 앞으로 향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철야 단식 농성’ 제목의 기사를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이 걱정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반복돼야 하는 것인지, 울분을 좀처럼 가라앉히기 힘들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낭떠러지를 코앞에 두고 겨우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국민의 안보 불안 팽배와 제1야당 대표의 목숨을 건 투쟁, 그리고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가까스로 ‘안보 추락’은 막았습니다. 너무나 위험한 ‘안보 도박’입니다. 지소미아는 비단 한일관계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미일 공조, 나아가 한미동맹의 문제입니다. 미국의 동북아 역내 전략 전체를 거스르는 것이 바로 지소미아 파기인 것입니다. 그 안보 도박의 결과, 동맹의 절대 조건인 ‘신뢰’를 잃었습니다. 잃은 것이 너무나 큰 안보 도박이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이번 결정을 극적인 반전과 대단한 외교적 성과로 포장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질은 그저 ‘포기’일 뿐입니다. 지소미아 파기가 초래할 우리 안보 몰락의 시나리오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 앉아버린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 제발 국민에게 진실과 실체를 제대로 알리십시오. 다시는 지소미아를 가지고 안보 도박을 하지 마십시오”라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번 미국 방문 중 제가 느낀 분명한 것은, 바로 미국의 한미동맹과 대한민국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었습니다. 과연 문재인 정권은 믿고 함께 갈 수 있는 동맹 파트너가 맞는지, 근본적인 회의감에 휩싸여 있음을 단번에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권 2년 반을 돌이켜보면 사실 이상할 것 없는 당연한 결과입니다”라며 “이 정권이 지소미아 파기마저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식의 반응을 읽을 수 있었고, 이는 최근 미국 상원의 지소미아 연장 촉구 결의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기조입니다. 미국은 문재인 정권 아래서의 한미동맹을 극심히 불안해하는 눈치였습니다”라고jf명했다.

이어 “만에 하나 지소미아가 연장이 되더라도, 이렇게 신뢰에 금이 간 이상 앞으로 한미관계가 더욱 꼬일 수 있겠다는 우려도 깊어졌습니다. 당장 방위비 협상만 해도, 미국 측 압박이 더 거세지지는 않을지, 그 빌미를 지소미아 파기 협박으로 제공한 것은 아닌지, 문재인 정권의 패착이 원망스러웠습니다”라며 “저는 줄기차게 미국을 설득하려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은 ‘가치 동맹’, ‘자유 동맹’, ‘체제 동맹’임을 강조하며, 비용과 이해관계의 차원을 넘어 동맹을 바라봐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다행히 미국 의회 쪽은 저의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감지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괴리에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철수나 축소와 같은 일들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과 건전한 야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지지하며, 방위비 협상 문제로 동맹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수순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리뉴얼’을 말했습니다. 리뉴얼의 결과는 발전과 퇴보, 둘 중 하나입니다. 어느 쪽으로 한미동맹을 가져갈 것인지는 우리의 메시지와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자유한국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저는 우리 위대한 지도자들이 떠올랐습니다. 집요하게 미국을 설득해 한미동맹을 탄생시켰고, 치열한 대미외교로 우리 국익과 안보를 지켜낸 지도자들. 그 분들은 과연 태평양을 건너 고국으로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어떤 고민들을 하셨을까... 정말 모든 것이 지치고 힘들다가도 그분들이 느꼈을 비애와 무력감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의 얼굴을 뵙자 미안함과 동시에 반가움이 치솟았습니다. 우리를 대신해 이 험난한 저항의 길을 묵묵히 걷는 황 대표께 우리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쟁과 협상의 지난한 시간들이 남아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독재 악법을 막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설득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국익과 미래를 지키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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