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조합 측이 한남3구역 관련 시의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합에 대한 수사 의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도정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합 측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시는 건설사가 시를 두려워하지 않아 이같은 위법행위를 이어오고 있다며 강력한 규제 의사를 내비쳤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주택기획관은 26일 진행된 한남구역 합동점검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현장 및 법률 자문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시와 국토부는 지난 11일부터 벌인 한남3구역 점검 결과를 토대로 시공사 입찰무효와 함께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에 대한 수사 의뢰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세 곳의 건설사가 수주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약속하는 등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다수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날 김성보 주택기획관은 “먼저 구청에 공문을 통보하고 구청이 조합에 시정명령을 내릴 것이다. 받아들일지 말지는 조합이 판단한다”며 “입찰 강행하거나 입찰을 중지하고 새롭게 입찰 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는 조합 측이 해당 건설사들의 입찰을 무효화시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만약 시의 시정명령을 어길 경우 조합에 대한 수사의뢰도 불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기획관은 “(조합이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는다면) 도정법 위반으로 조합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겠다”며 “(하지만) 이번 수사의 타겟은 시공사다. 조합이 아니다. 조합이 현명한 판결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입찰제한 여부에 대해선 “수사를 통해 위법 사안이 결론날 때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도정법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위법을 일으킨 건설사에 대해 향후 2년 동안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세 곳의 대형 건설사는 앞으로 2년 동안 강남 등의 대어급 재건축사업이나 한남뉴타운2·4·5구역 등에서 시공사 선정이 진행되더라도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보여주기식으로 수사가 끝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2년 전 이사비 무상제공 등으로 불법 논란이 불거졌던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그 예다. 해당 사업지에 대한 수사도 조사만 2년째 진행되고 있다.
이에 김 기획관은 “서울북부지검과 긴밀한 협조 중”이라며 “범죄 행위로 뚜렷하게 벌칙 조항이 나오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이전에 행정청의 의지와 건설업계에 대한 자정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건설사들이 내세운 혁신설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기획관은 “서울시는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을 통해 경미한 범위(사업비 10% 증가) 이내에서 대안설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불가 방침을 통보한 특화설계를 혁신설계로 이름만 바꿔서 진행하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건설사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기획관은 “건설사가 서울시를 무서워하지 않고 공정위만 겁낸다”며 “법률적 검토를 거쳐 불공정 소지를 살핀 뒤 공정위에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와 정부는 정비사업 비리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관행적으로 금품 제공이나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며 “부족한 행정력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앞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과열경쟁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