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소속 기수 한 명이 마사회의 부정경마와 불공정 조교사 발탁 시스템을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29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A(40)씨는 이날 오전 5시20분께 부산시 강서구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내 기수숙소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방 안에는 컴퓨터로 작성한 3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 맨 뒷장에는 자필로 “내가 쓴 것이 맞다, 조작된 것이 아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경찰은 방 안에서 유서가 발견됨에 따라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A씨는 유서에서 부정경마에 대해 언급했다. 조교사들이 인기마들을 실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일부러 살살타게 해서 등급을 낮추게 한뒤 승부를 걸어 고액배당을 얻기 위해 기수를 동원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말을 탈 기회를 박탈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유서에서 “마사회에 잘 못 보이거나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마방을 받을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A씨는 또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 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2006년 개장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현재까지 4명의 기수가 스스로 생을 달리했다. 2017년에는 말 관리사 2명이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마주와 조교사, 말 관리사, 기수 등으로 이루어진 마방 피라미드에서 기수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마주는 말의 주인이며, 조교사는 마주로부터 경주마를 수탁받아 관리하는 개인사업자다. 조교사는 마필관리사와 기수 등을 고용하고 계약해 운용하며, 이 같은 조교사의 사업자 허가권은 마사회가 가지고 있다. 마사회가 조교사와 마필 관리사, 기수 등을 관리하는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위치한 것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조교사는 마사회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말 관리사와 기수는 조교사에 종속된다. 기수가 더 많은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교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양정찬 부산·경남 경마공원 말 관리사 노조 지부장은 “조교사가 감독 위치다보니 말 관리사와 성적이 하위권인 기수는 종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A씨는 자신에게 베팅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누군가 지시에 따라 자신 능력을 은폐시켰다면 심리적인 큰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교사가 개별적으로 그런 지시를 했는지 아니면 더 윗선에서 지시가 이뤄졌는지 철저하게 조사돼야 한다”면서 “마사회도 기수와 말 관리사 처우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