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병에 1만원대 저가 와인이 주요 소비층에 파고들면서 침체됐던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와인수입업체들은 매년 악화되던 실적을 회복시키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와인 수입량은 2016년 1억8569달러에서 지난해 2억3682달러으로 27% 증가했다. 대형마트 기준으로도 성장세는 괄목할만하다. 이마트 기준 주류 판매 점유율 50%를 차지하던 맥주는 올해 40%대까지 주춤했다. 그 사이 와인은 20%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처음으로 매출 10위권에 올랐다.
특히 와인은 이마트 전체 주류 매출에서 24.5를 기록하며 일본 불매운동 등으로 매출이 줄은 수입맥주 점유율 20.4%를 넘어섰다.
이같은 와인의 약진은 초저가 와인인 ‘도스코파스’의 매출 호조 때문이다. 이마트는 스페인·칠레 와인 생산자로부터 통상 주문량의 300배 이상인 한 번에 100만병 대량 주문해 가격을 크게 낮췄다. 해당 와인은 전체 주류 중에서 매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와인 시장 소비는 저가 와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지난해 이마트 와인 매출을 보면 1만원대 와인 매출이 전체 30.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저가 와인 호조에 롯데마트도 ‘나투아 스페셜 컬렉션’ 2종을 4800원에 선보인다. 이는 연말·신년 모임이 많아지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롯데마트 기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의 와인 매출은 1년 전체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수입맥주 자리를 와인들이 차지하면서 상위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되는 모양새다.
신세계L&B는 2009년 52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936억원으로 1700% 급증했다. 2008년 설립된 신세계L&B는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계열사 채널에 와인을 안정적으로 납품하며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2014년 350억원이었던 매출은 4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나며 상승폭을 키웠다.
이는 계열사 위주였던 주류 판매 채널을 늘리고 직영 매장인 ‘와인앤모어’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아영FBC는 2015년 매출 471억, 2016년 519억, 2017년 472억원 등으로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해 531억원으로 매출을 회복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4억원에서 35억원으로 증가했다. ‘디아블로’, ‘빌라엠 시리즈’, ‘로만체 넘버2’ 등 1만원대 와인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동와인 매출 역시 2015년 187억원에서 2016년 180억원으로 주춤했으나 2017년 204억원, 지난해 232억원을 기록하며 상승곡선을 그렸다. 영업이익도 2016년 2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21억7000만원으로 7배 이상 올랐다.
금양인터내셔날은 2017년 6월 유동자금 악화 등으로 고전하다 까뮤이앤씨의 관계사인 베이스에이치디와 태흥산업에 지분 79.34%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후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2017년 15억3000만원이던 영업이익을 35억480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싸면 맛없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저가 와인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면서 소비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데일리로 즐길 수 있는 저가 와인과 매니아를 위한 프리미엄 와인 제품군 등으로 시장이 나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