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임 명창 8시간 춘향가 완창에 갈채·환호

고향임 명창 8시간 춘향가 완창에 갈채·환호

기사승인 2019-12-11 15:23:57

지난 10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은 미리부터 전국에서 날아든 축하 화환들로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은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22호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인 윤초 고향임 명창의 춘향가 완창 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판이 열리자 고향임 명창은 거칠것이 없었다. 63세의 공력은 명불허전이었다.

긴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가며 관객들을 들었다 놓았다 헤집는다. 해학과 골계로 좌중을 웃기면서 때로는 인생의 질곡을 비장하게 수놓아 손수건을 찾게 만든다. 춘향이와 이도령이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고, 곡절을 겪어 다시 만나 해로하는 그 과정이 어디 한 두마디로 될 것인가. 

지금으로 치면 눈에 보듯 뻔한 드라마를 그저 고수와 둘이 북 하나를 사이에 두고 8시간을 끌고갔다.

'얼쑤, 좋다..." 귀명창이 사라진 요즘이지만 200석을 꽉 메운 열혈 관객들은 8시간 내내 연신 추임새를 쏟아내며 함께 웃고 울어주었다.

고향임 명창은 젊은 시절 국립창극단 배우 경력도 있어 소리는 물론 너름새의 활용이 뛰어나다. ‘듣는’ 판소리를 넘어 ‘보는’ 판소리를 구현해 지루할 틈도 없이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고향임 명창은 그동안 춘향가 뿐 아니라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를 모두 완창하였는데, 이 중 춘향가는 2009년 9시간에 걸처 완창을 한 바 있다. 그 때가 53세 때였는데, 꼭 10년 만의 완창이다. 

최고령 최장시간의 새 역사가 만들어졌다.

이날 박근영(대전시무형문화재 제17호), 권혁대(전주대사습놀이 명고부 장원), 최광수(제28회 전주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박현우(남천예술원 예술감독), 송원조(서울시무형문화재 제25호 판소리고법 보유자), 김규형(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 등 6명의 명고들이 번갈아가며 고수를 맡았다. 

판소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성을 통해 모든 소리가 이면으로 표현되니, 연습과 경험만이 실력이 된다. 

고향임은 판소리 나이 40년을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2019년 동초제 춘향가는 고향임 명창이 가장 정통적인 소리 내력을 이어간다는 것을 입증한 하루였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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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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