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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한 글로벌 SNS, ‘인스타그램’(Instagram).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어 최근 뷰티업계는 인스타그램 광고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업체는 수 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일명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을 협찬, 광고성 글 게재를 요청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가 협찬 사실을 누락하는 등 ‘소비자 기만 광고’를 할 경우,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규제가 없어 소비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1월25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7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자 화장품 업계는 탄식을 쏟아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평가 대상에는 지난 2017년도에 의뢰한 협찬 사항도 포함됐다”며 “시간이 꽤 지난 탓에 계정 주가 연락두절되는 등 시정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관계자는 “광고 글을 게재할 시, 협찬 사실을 노출해야 한다는 등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인플루언서에게 제공하지만 실제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당사자가 거부하면 권고만 할 뿐 이 외 조치가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공정위는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로레알코리아 ▲엘브이엠에치코스메틱스 ▲다이슨코리아 ▲티지알앤 ▲칼로바이 등에 과징금 2억6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인플루언서에 지급한 대가는 총 11억5000만원으로, 협찬받았지만 대가 지급 사실을 표기하지 않은 게시글은 총 4177건에 달했다. 대가를 지급받았으나 실제 경험처럼 묘사하는 광고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부당광고라고 판단, 공정위는 광고주에게 책임을 물었다.
SNS 속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나날이 막강해지고 있지만, 이들의 부당광고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전무하다. 인플루언서를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유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표시·광고를 할 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하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관련 법안 규제 대상은 사업자로 한정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상에 사람이 몰리는 대상이 일정의 대가를 받았다고 바로 사업자로 볼 수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 근거”라면서 “광고에 동원되고 참여했다면 집행 대상으로 삼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결론내기보다 계도와 예방차원에서 광고주를 우선적으로 법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인플루언서의 SNS 광고를 규제할 수 없다. 방통위 검열 대상은 방송·온라인 팝업 뿐, SNS 광고 소관 부처가 아니기 때문이다. “SNS 등 광고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다. 방송, 팝업 광고 외 방통위가 관리·감독할 광고 시장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답변했다.
광고 전문가는 인플루언서를 개인사업자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장선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돈을 받고 광고 행위를 하는 주체는 수입이 생겼기 때문에 사업자로 판단할 수 있다”며 “일례를 들면, 교수는 일정 비용을 받고 기업 자문이나 교외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세금 징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료, 협찬 등의 거래로 수입이 생긴 인플루언서를 사업자로 보느냐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공정위 입장은 문제가 양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황 교수는 “일반 TV광고의 경우, 광고가 송출되면 이를 시청하는 소비자는 업체 주도 광고라는 것을 인식한다. 하지만 기업의 후원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율 규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외부에서 감독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