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KDB생명이 4년 연속 소비자보호에 문제를 드러냈다. 이에 산업은행의 구조조정이 재무구조 개선에 치우쳐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17일 발표한 2018년 소비자보호 실태 점검 결과를 보면 KDB생명은 종합평가 ‘보통’등급을 받았지만 10개 평가 항목 가운데 ‘민원발생 건수’ 항목과 ‘상품개발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항목에서 ‘미흡’등급으로 평가됐다.
소비자보호 실태평가는 매년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체계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대한 현장점검을 바탕으로 결과가 나온다. 평가 결과는 종합등급 및 부문 등급이 모두 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의 5단계 등급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미흡’은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이 요구하는 소비자보호 수준을 부분적 또는 형식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수준으로, 소비자피해 예방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KDB생명은 금감원이 2015년 영업 및 경영 상태를 대상으로 실시한 첫 평가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송 남발로 ‘소송 건수’ 항목에서 ‘미흡’ 등급을 받았으며, 다음해 평가에서는 ‘소송 건수’ 항목에 이어 ‘민원 건수’ 항목에서도 ‘미흡’을 받았다.
이후 KDB생명의 소비자보호 실태는 금감원의 지적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2017년 평가에서는 ‘소비자보호조직 및 제도’와 ‘상품개발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항목에서 ‘미흡’을 받았고, 2018년 평가에서 또 다시 ‘상품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항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2018년 평가에서는 ‘민원처리 기간’ 항목이 새롭게 ‘미흡’ 등급을 받아 매년 여러 항목에서 소비자 보호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KDB생명은 이에 따라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소비자보호실태를 점검한 이례 처음으로 4년 연속 ‘미흡’ 판정을 받은 금융회사로 기록됐다.
KDB생명이 계속해서 소비자 보호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계속된 매각 실패에 재무 개선에 치중한 나머지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매각을 추진 중이며, 매각의 일환으로 KDB생명의 시장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수년째 반복하고 있다. 실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 경영관리부문장이었던 백인균 전 부행장을 KDB생명 부사장으로 보내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을 통한 매각이 성사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적자를 기록하던 KDB생명이 올해 상반기 326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는 수준까지 성과를 창출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DB생명 한 직원은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인력이탈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보호를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라며 “산업은행의 낙하산과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KDB생명의 경쟁력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전화와 문자를 통해 산업은행에 공식적인 입장을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없었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속 외면당한 KDB생명의 소비자 보호 문제가 언제 개선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