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K-푸드 세계화의 족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 여부를 논의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해당 업종에는 5년간 대기업의 신규 진출이 제한된다. 특별법상 대기업이 신규 사업을 인수하거나 진출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기업이 해당 업종에 이미 진출해있는 경우 규모 확장이 제한된다. 어길 시에는 매출의 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한다.
그러나 소상공인 생태계 보호라는 대명제와는 달리 시장의 고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장류의 경우 적합업종 지정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실제로 K-푸드의 베이스가 되는 고추장·된장 등을 글로벌화 하기 위해 식품업계는 수년 전부터 각 나라 입맛에 맛는 현지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알코올 성분이 포함되면 안되는 ‘할랄’ 음식 문화권의 경우 특별한 연구개발을 통해 장의 알코올 성분 발생을 억제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계속돼왔다.
장류의 경우 균주의 이용이 필수적인 만큼 환경과 위생을 최적화해야한다. 또한 미생물 관련 사업인 만큼 각각의 나라가 요구하는 기준이 달라 이에 대한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구축 등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이미 국내 시장에서 장류 소모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제조업체 입장에서 장류의 세계화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고추장 소매시장 규모는 2015년 2200억원에서 2017년 1850억원으로 5년 사이 21.7% 줄었다. 간장 역시 2013년 2200억원에서 2017년 1900억원으로 감소했다. 1인가구 증가와 완조리·반조리제품의 득세로 소비자들의 식습관이 바뀌면서 소비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과거 막걸리와 두부, LED 등 적합업종 지정 이후 시장이 위축된 선례도 이러한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2011년 두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시장에 진출해있던 대기업들의 투자가 중단돼자 콩 사용량이 줄어들며 농가 피해로 연결됐다. 전체적인 수매량이 줄고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국산콩을 사용한 두부에 한해 적합업종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2009년 26만㎘였던 막걸리 출고량은 2011년 46만㎘ 수준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소규모 양조장들의 반발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면서 내수량은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3년 37만㎘였던 출고량은 2017년 27만㎘로 줄었으며 수출금액도 75% 폭락했다. 정부는 2015년 막걸리를 전면적으로 적합업종에서 제외했지만 현재까지 회복세는 더딘 상황이다.
2011년 발광다이오드(LED) 업종 역시 2011년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 진출이 멈춘 사이 해외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해 국내 기업들이 고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류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해 대기업들의 진출과 확장을 제한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오히려 시장의 하락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