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의혹 진앙지로 전락한 산업은행, 늘어난 ‘의혹’ 피로감

특혜의혹 진앙지로 전락한 산업은행, 늘어난 ‘의혹’ 피로감

기사승인 2019-12-19 05:00:00

국민의 혈세를 받아 국내 산업지원을 위해 설립된 산업은행을 두고 특혜대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시절 그랜드백화점 특혜대출 의혹부터 박근혜 정부시절 청해진해운과 강만수 특혜대출 의혹,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우리들병원 의혹까지 매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특혜대출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어느 기관 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할 산은이 특혜대출 의혹의 ‘진앙지(震央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산은은 반복되는 의혹제기를 두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장이 직접 나서 산은이 여야 정치싸움의 볼모로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으로 항변한다. 다만 과거 제기된 의혹들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있어 산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국민 신뢰가 이미 추락한 상황이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산은의 정무적 의사결정 구조가 끝없는 의혹을 불러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복되는 특혜대출 의혹, 결말은=산은을 두고 제기되는 특혜대출 의혹은 사실 대부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8년 제기된 그랜드백화점 특혜대출 의혹이다. 당시 산은 직원이 리베이트를 받고 그랜드백화점에 1000억원이 넘는 특혜대출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해당 사건은 조용히 묻혔다.

그러나 의혹이 검찰 수사를 거쳐 진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상당하다. 강만수 특혜대출 의혹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6년 산은이 자회사인 대우조선 사장의 측근에게 특혜대출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플랜트업체 W사에 시설자금 490억원을 특혜대출해 준 의혹도 터졌다. 이는 법원 판결을 통해 당시 강 전 행장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해 산은이 직접 특혜대출을 제공하거나 자회사를 통해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 전 행장은 결국 징역 5년 2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 김대중 정부에서 터진 현대상선 5500억원 특혜대출 의혹과 관련해 당시 이근영 총재가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다시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산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이상호 원장이 있는 우리들병원에 2012년 1400억원의 특혜대출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산은 특혜대출 의혹 언제 멈출까=산은을 두고 계속되는 의혹에 국민의 피로감이 올라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을 여야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이동걸 현 산은 회장의 의견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 역시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의견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은 친정부 인사의 산은 회장 임명이 계속되는 한 산은에 대한 정치권의 의혹제기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치권 관계자는 “산은 회장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으로 임명하는 현 구조 아래서 산은이 정치적 공격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권력집중 국가의 폐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변화에 맞춰 대기업 지원에 집중된 산은의 역할을 축소해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산은의 의사결정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은행은 여신관리가 짜인 시스템에 따라 돌아가지 지역 일자리나 경제를 고려해 여신관리를 하지 않는다”면서 “산은은 선거를 신경 써야 하는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를 가져 이를 해결하지 못 하면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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