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면역항암제, 현장선 비용·규제 이중고...보장성 강화 어디까지

비싼 면역항암제, 현장선 비용·규제 이중고...보장성 강화 어디까지

19일 '면역항암제 보장성 강화' 국회 토론회

기사승인 2019-12-23 04:00:00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케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고가의 면역항암제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면역항암제 보장성 강화 어디까지’를 주제로 보건의료전문가들과 정부, 그리고 환자들이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를 열고, 환자들의 병원비 걱정을 덜어주면서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은 최소화할 묘책을 모색했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몸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치료제다. 인체의 면역력을 끌어올려 작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가 가진 부작용, 내성 등 한계를 극복한 신개념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가장 큰 단점은 비싼 가격. 정부는 지난 5년간 항암제 급여율을 70%까지 끌어 올리는 등 보장성확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고가의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건강보험 재정건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현재 면역항암제는 여러 암 종에 단독이나 병용으로 허가가 추가되는 추세로 향후 적응증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암 종, 환자 상태 등에 따라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연구로 증명한 사례는 드물었다.

이날 주제발표로 나선 박지현 건국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전이성·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의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의 치료적 효용성에 대한 사후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 약제는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니볼루맙). 면역항암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사후평가한 국내 첫 임상자료(Real World Date, RWD) 기반 다기관 분석 결과다.

연구팀은  2017년 9월 21일부터 지난해 6월 30일까지 전국 20개 의료기관에서 보험급여로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은 진행·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189명(남성 932명, 여성 249명)을 추적 관찰했다. 총 1189명의 환자 중 평가 조건에 맞는 환자 1018명을 분석한 결과, 면역항암제에 효과를 보인 지표인 '객관적반응률'은 33.6%로 확인됐다. 10명 중 3명 이상은 객관적으로 치료에 유의한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한 번 반응률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약 1년 유지됐다. 무진행 질병생존기간은 5.13개월, 전체 생존기간은 10.23개월이었다. 6개월 무진행 질병생존율은 47.53%였으며, 1년 생존율은 46.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의 50% 이상에서 독성반응이 나타났고, 이 중 면역매개성 독성이 있는 경우 유의하게 생존기간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면역이상반응이 있을수록 면역항암제 효과도 좋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기준인 '바이오마커(PDL-1)'의 적절성 여부도 확인됐다. 현재 옵디보(니볼루맙)는 PDL-1 발현율 10% 이상에서, 키트루다는 PDL-1 발현율이 50% 이상 환자에게 급여를 적용하고 있는데 두 약제의 효과상의 차이는 없었다.

박지현 교수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는 마치 희망의 약제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비용과 규제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로 현장에서는 환자들에 면역항암제를 적용하는데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임상연구와 실제 환자 데이터의 차이를 좁히고, 또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실질적인 효용성과 독성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를 확인하기 위해 사후평가를 진행했다”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 대상군 중 일부에 대한 반응평가가 부재하고, 급여환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방법론적의 한계가 있는 등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면역항암제를 효율적으로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은 서동철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장 겸 중앙대 약대 교수를 좌장으로 의료계, 정부, 환자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의료현장에서는 고가의 면역항암제를 환자에게 선뜻 권하기 어렵다는 고충이 나왔다. 김희준 중앙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신장암에 있어 면역항암제는 뚜렷하게 생존 기간을 연장해주지만, 높은 금액으로 인해 환자가 접근하기 어렵다”며 “의사가 환자에게 개인 보험이 있는지, 보험한도는 얼마인지 물어볼 수밖에 없다. 약 가격을 들으면 100명 중 99명은 경제적 부담이 클 것이다. 허가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긴 하지만,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고가의 신약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을 감안해 건강보험 재정 효율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국가에서 부담하는 건보 재정은 결국 국민이 내는 돈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암 치료에 재정을 더 투입하는 것에 대한 국민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제약회사들이 기존 약값을 내리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신약만 보장해달라는 것은 문제다. 암 치료의 경우 기존 치료제에 비해 신약이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 정부가 만약 중증질환 신약에 좀 더 비중을 두겠다고 한다면 효과 떨어지는 기존 약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재정 투입을 중단하는 등의 특단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도 안약이나 소화제 같은 약제를 과연 한정적인 건강보험재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환자들은 의학적 효과가 증명된 약제는 허가를 내달라는 입장이다.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정부와 제약사가 항암제 급여화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암환자도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을 권리가 있다”며 “환자들의 부담을 더 높이더라도 면역항암제의 급여화가 필요하다. 경제성평가만 따지지 말고 환자들의 삶도 고려해 달라”라 요청했다.

정부는 비용 대비 효과성이 월등하지 않은 경우 고가 신약의 급여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경호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환자들의 요구에 맞춰 빠르게 쫓아가지 못하니 죄송스럽지만 정부가 모든 키(key)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협상테이블에서는 최소한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한 약제 반응률은 제시하는 것이 절차이고, 정부는 지출이 타당한지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 사무관은 “매년 지출 계획을 세우지만 돈주머니는 한계가 있다”며 “우선 선별급여를 조금 확대하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 희귀질환자, 암환자에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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