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한 ‘한방난임치료’ 효과 놓고 격돌… 한의계 “연구 한계 인정”

의-한 ‘한방난임치료’ 효과 놓고 격돌… 한의계 “연구 한계 인정”

복지부 “추가 연구 지원으로 난임 환자 절실함 해소에 노력하겠다”

기사승인 2019-12-27 03:00:00

한의약 난임 치료 연구 관련 논문 발표 이후, 효과를 놓고 의사와 한의사가 맞붙었다. 한의계는 연구의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에서는 의료계와 한의계가 한의 난임치료의 효과·안전성·경제성 등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는 김동일 동국대 한의대 교수의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논문 발표에서 시작됐다. 

의료계는 연구의 디자인도 잘못됐고 환자의 안전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류상우 차의과대 교수는 “김 교수의 연구는 7개월간 진행했다. 이로 인한 임신율은 14.44%. 한의치료 대신 인공수정을 받았다면 임신율이 30% 이상 됐을 것이다. 효용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주기당 치료비로 56만7000원이 쓰였는데 인공수정 1번 시도에 50만원이 채 되지도 않아 경제성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한의난임치료 결과, 유산율이 38.5%로 나왔다”며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의 유산율도 16%다. 유산율이 이렇게 높은데 환자에게 한의 치료를 권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난소 기능을 확인하는 항뮬러관호르몬(AMH)이 증가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가임력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 4년이라는 시간과 6억2000만원이 비용이 든 연구치고 연구결과가 미흡하다. 한의난임치료가 단독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중엽 함춘여성의원장은 “한의난임치료 기간인 7개월과 인공수정의 1주기인 1개월을 비교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유리할 때는 다른 조건을 내세우고 불리할 때는 동일조건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명확하고 동일한 비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한약 투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의료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의는 임신 중 약 투여를 너무 쉽게 본다. 산모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대안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약은 안 쓰는 게 원칙이다. 한의난임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검증할 만한 동물실험 등부터 진행해야 한다. 경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지원은 문제가 있다”며 지원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무열 중앙대 의대 교수는 “한의학과 의학은 개념이 달라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의과에서 한의계에 문제 제기한 것이 이게 처음일 것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게 목적이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보니 입을 안 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한한의사협회가 해당 논문과 관련해 성과대회를 연 것을 언급하며 이 교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효과가 있다고 믿을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 효과가 없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환자를 다루는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 집단이다.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서로 자문이라도 하면서 교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의계에서는 한방 난임에 관한 최초의 연구로 의미 있다고 밝혔다. 이진무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이 시점에서 최초의 연구라서 모든 게 완벽한 연구가 되지 못했다”며 “앞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한의계에서 약물치료는 꾸준히 진행했기 때문에 의료계와 같이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케이스 스터디 위주가 된 것에 대해서도 이해가 필요하다”며 “임상에 참여한 분들이 그전에도 난임 치료를 꾸준히 받아서 유산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조준영 꽃마을한방병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원인불명 난임에 관한 연구가 어렵다”며 “한의학 최초의 연구에 대해서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자연임신율과 비교하는데 연구  대상자에 따라 표준편차가 크다. 불임 가능성이 큰 사람을 모집하다 보니 낮을 수밖에 없었다. 시험관 아기 시술 이후 자연 임신도 6년간 관찰해보면 24%에 불과하다. 월로 따지면 0.44%다”라며 연구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이어 “원인불명 난임에 대해 인공수정도, 시험관시술도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나와 있다”며 “근거가 부족하니까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가 시발점이 돼서 좋은 연구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남권 부산대 한의전문대학원 교수는 “연구에서도 실수가 나올 수 있다”며 “난임이 국가적 문제라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한의계에서도 사회적 니즈를 반영해 연구기관·지자체 등에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연구는 그와 별개로 증례를 만들어가는 연구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새로운 치료에 대해서 증례가 만들어지면 실험연구, 약물 개발 등 오랜 과정을 거치지만, 기존치료에 관해서는 증례연구 등만 거치면 된다는 게 김 교수의 논리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의료기술을 검증한 첫 번째 시도다. 증례를 수집했다고 해서 논문이 폄하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치료방법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의 논의가 필요했다”며 “점차 융합·통합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한 김 교수도 한계가 분명히 있고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복지부도 추가연구에 대해 지원해 나가겠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난임을 겪는 가정의 절박함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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