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인생은 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다

[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인생은 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다

기사승인 2019-12-27 11:05:58

오피니언 리더들이 탐독하는 'Wait But Why'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팀 어번(Tim Urban)은 우리의 머릿속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존재한다고 말하였다.

 합리적인 의사 결정자=머릿속의 성인이다.
 즉각적인 만족을 원하는 원숭이=머릿속에 있는 어린이로 결과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편안함과 즐거움이 극대화되기를 원한다.

이 두 주인공은 끊임없이 싸움을 벌이는데, 대개 원숭이가 이긴다. 문제는 원숭이가 많이 이기는 삶을 살면 그만큼 삶의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타고나기를 원숭이이게 매번 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팀 어번의 제안을 들어본다.

원숭이를 이기려 하지 말고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다. 예를 들면, 오늘 6시까지 일하면, 내일 9시까지는 일하지 않는다고 원숭이를 통제한다. 인생은 둘 중의 하나의 선택이다. 지금 할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할 것인가? 그러니까 합리적인 의사결정자와 원숭이와의 대결이다. 둘 중 하나의 선택이 성공하려면 선택하지 않은 다른 하나에게 매력인 보상을 주면서 정성껏 보살펴 주어야 한다. 그러니까 선택하지 않은 다른 하나를 오랫동안 돌보는 일이다. 예를 들면, 지금 당장 선택하기 어려운 원숭이에게 언제 어떻게 먹이를 줄 것인지에 달려 있다.

팀 어번은 에인 랜드의 소설, 『파운틴헤드(Fountainhead)』의 두 주인공, 하워드 로아크와 피터 키팅을 예를 들며 삶의 지혜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워드 로아크는 독립적인 인간이다. 그는 인생의 핵심에 존재하는 기본 사실들의 원칙들에 입각해 자신의 삶과 사고방식, 행동을 스스로 결정한다. 반면 피터 키팅은 완벽하게 의존적이다. 시대의 유행과 신념을 추종하고 타인의 법칙과 질서 안에서 게임에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팀 어번은 이 두 주인공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거의 다 때로는 로아크 같고, 어떤 때는 키팅 같다. 

그러나 삶을 지혜롭게 살려면, 언제 로아크처럼 행동하고, 언제 키팅처럼 행동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진로를 생각할 때, 평생 동반자를 고를 때, 자녀의 양육 방법 등을 결정할 때는 독립적인 로아크처럼 행동하고, 반면 옷을 고를 때, 적금을 들 때, 멋진 식당을 찾을 때 등은 키팅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문제는 로아크처럼 행동해야 할 때 키팅처럼 하고, 키팅처럼 행동하며 에너지를 아껴야 할 때, 우리는 너무 진지하게 로아크처럼 행동함으로써 인생을 어렵게 풀어간다는 것이다. 흥미롭다. 그에 의하면,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도 한 인터뷰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엘론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서는 레시피를 개발해 요리사들에게 공급하는 수석 셰프 역을 맡고, 나머지 삶에서는 타인이 개발한 레시피를 따르는 일반 요리사 역을 충실히 수행한다고 했다.

이 방식은 자기 분야에서는 철저하게 로아크처럼 살고, 기타의 삶에서는 기꺼이 키팅이 되어 현명하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조화롭게 분배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다. 그러므로 그 선택들 중 하나가 아니라 둘 사이의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팀 어번은 삶의 지혜로 창의적인 삶을 살려면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과정보다는 결과에 더 많은 융통성과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평범한 결과를 양적으로 더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 삶을 기계적으로 찍어내 듯 살지 말자는 것이다. 인생을 전진시키는 것은 빛나는 결과가 아니다. 빛나는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우리의 삶을 앞으로 나가게 한다. 성숙한 삶은 결과가 아니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삶이다.

인생은 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다른 하나를 오랫동안 돌보는 일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날씨가 추워 따뜻한 시를 오늘 아침에 공유한다. 아침 사진은 창문 색이 마음에 들어 길을 가다 노은의 한 집을 찍은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안도현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 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일 난 것 같습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박한표(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겸임교수)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