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故임세원 교수 사망...이슈 중심 선 '대한병리학회'

새해 첫날 故임세원 교수 사망...이슈 중심 선 '대한병리학회'

다사다난 2019 의료현장 이슈 다섯

기사승인 2019-12-31 04:00:00

2019년은 의료현장 구성원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故임세원 교수의 충격적인 사망 소식으로 가슴 아픈 새해를 보내는가 하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학술단체인 대한병리학회가 별안간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기도 했다. 병원 현장 곳곳에서 이뤄졌던 의료진의 노고와 환자들이 보여준  삶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며 다사다난했던 2019년 의료현장의 한해를 되돌아본다.

◇故임세원 교수 사망과 임세원법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의료현장에는 갑작스러운 비보가 날아들었다. 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사망 소식. 임 교수는 20여년간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를 돌보며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정신건강의학 분야 전문가다. 지난 2016년에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출간해 환자와 공감대를 키우기도 했다. 그런 그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 중 환자 박모씨(30)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졌다.

임 교수 사망으로 의료현장에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과 정신질환 환자들에 편견·차별없는 환경 만들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의 죽음은 안전한 진료실 조성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응급의료법 개정안 등 일명 ‘임세원법’ 마련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진료실 내 폭행 문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달 17일 천안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환자들의 유족이 진료 중이던 담당 의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정신질환자 대한 편견어린 시선과 불안도 여전하다. 지난 6월 경기도 오산시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안민석 의원이 모 정신병원의 설립을 강경 반대하면서 의료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한병리학회, 조국 딸 병리학 논문 등재 취소

병의 원리를 밝히는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학술단체인 대한병리학회. 이 학회가 올가을 때 아닌 이슈의 중심에 섰다.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장관 후보자)의 딸인 조모(28)씨의 병리학 논문 때문.

문제가 된 논문은 2009년 3월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에서 나타나는 eNOS 유전자의 다형성(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이다. 2002년부터 약 7년 이상 진행된 연구인데 조 장관의 딸 조씨가 2주 인턴 신분으로 제1저자에 올라 특혜 및 불법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대한병리학회는 지난 9월 5일 편집위원회를 열고 논문의 책임저자인 단국대 의과대학 장영표 교수로부터 제출받은 관련 소명자료와 연구윤리를 검토한 결과 해당 논문을 직권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학회는 해당 논문이 ▲저자 불충족으로 인한 출판윤리 위반 ▲제1저자의 소속기관(고등학교) 오기 ▲기관연구윤리위원회(IRB) 거짓 승인 등 크게 세 가지 기준에서 연구부정행위로 봤다.

국내 의학계 최고 석학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성명을 통해 “대한병리학회의 논문 취소 조치를 존중하며, 향후 의학논문 부정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 전 장관 청문회에서 촉발된 이 사건은 의학연구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논문 부정행위, 탈법적 특혜 등 연구 윤리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남게 됐다.

◇서울대병원 전면 정규직 전환과 국립대병원 파업 몸살 

서울대병원이 국립대병원 최초로 청소, 경비 등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전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지난 9월 3일 서울대병원 김연수 원장과 노동조합은 ‘파견·용역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서’에 서명하고 올해 11월 1일까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환경미화, 소아급식, 경비, 운전, 주차, 승강기 안내 등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 총 614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병원은 ‘환자유지지원직’이라는 별도 직군을 신설해 이들 노동자에 환자 안전 관리 강화 책임을 강화했다.

서울대병원의 결정 이후 전국 국립대병원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전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처럼 무조건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채용해달라는 요구다. 결국 경북대병원·강원대병원·충북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제주대병원 등이 파업 몸살을 앓다 직접고용에 합의했다.

전국 15개 국립대병원 중 직접고용 합의에 이르지 못한 곳은 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경상대병원·경북대치과병원 5곳 가량. 현재 부산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은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자회사 방식이 아닌 직접고용 정규직을 요구하며 파업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전면 정규직 전환 기조따라 국립대병원들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국립대병원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인건비 보전 없이 정규직 전환만 이야기하니 재정적인 부담이 크다”며 “직접 고용했을 때 처우 관련 문제가 또 유발된다”며 지적한 바 있다. 국립대병원과 그 구성원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 암환자에 ‘꿈의 치료제’로 부상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이 암환자들에게 ‘꿈의 항암제’로 부상했다. 최근 미국에서 한 말기암 환자가 해당 환자는 이 성분 동물용 구충제를 복용해 말기 암을 완치됐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일파만파 퍼진 탓이다.

국내에서는 폐암으로 투병 중인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이 펜벤다졸 복용 이후 차도가 생겼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대한암학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가 입증되지 않으며,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미 펜벤다졸과 비슷한 기전의 항암제가 허가돼 사용되고 있으며, ‘펜벤다졸’은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는 없으며,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도 있다.

의료현장에서도 펜벤다졸 복용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원 대한종양내과학회 조직위원장(서울아산병원)은 "실제 펜벤다졸을 복용하다 장이 괴사되거나 구토반응을 일으켜 응급실이나 요양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이 의료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펜벤다졸의 경우 동물의 몸에 들어가 흡수가 되지 않으면서 기생충만 죽이는 기전이다. 그런데 사람에게서는 약제가 잘못 흡수되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펜벤다졸 관련 부작용 사례들을 모으고 있다. 조만간 학회차원에서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20년간 쓰였는데 신의료기술 등재 애먹었던 ‘맘모톰’

"맘모톰은 의학적으로 인정된 진단법이자 치료기술입니다." 대한외과의사회는 지난 2월 26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명 '맘모톰 절제술(진공보조유방양성종양절제술)'의 급여진입 필요성을 설파했다. 20여년간 의료현장에서 진단과 치료 두 가지 목적으로 쓰였음에도 두번째 신의료기술 승인심사에서 연이어 좌절되자 의사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맘모톰에 대한 신의료기술 승인은 1, 2차 심사에서 부결된 뒤 지난 7월 3차 심사에서 뒤늦게 신의료기술로 인정됐다. 그러나 실손보험사에서는 맘모톰을 진단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이유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에 나서 의료현장의 근심이 드리웠다. 현재 맘모톰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은 총 21건이며 그 금액만 30억원 대에 달한다. 다행히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달 삼성화재가 A씨 등 8명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각하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의료계에서는 한시름 놨다는 평이 나온다. 차진우 대한외과의사회 보험이사는 “맘모톰은 20년 전부터 사용됐던 기술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임상에서 검증된 의료행위다. 1,2차에서 부결됐던 것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최근 법원이 보험사의 소송을 기각했지만, 그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점들이 문제를 제기할 구실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문제는 많은 사안들이 비밀리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위원회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등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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