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배민)과 요기요·배달통을 소유한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 간 합병을 두고 가 정치권의 입장이 엇갈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6일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서비스지부 등과 함께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에 따른 시장왜곡을 우려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배달 업계의 노동요건 및 요식업계 수수료 부담 등 배달앱 생태계 개선이 절실한 가운데 배달앱 시장 1위 기업인 배달의 민족이 업계 2위인 요기요와 3위인 배달통을 운영하는 DH에 합병될 경우 시장의 90%를 장악해 독과점 시장의 폐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을지로위 등은 기자회견문에서 배민과 DH 간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3가지 점을 중점적으로 심사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먼저 이들은 모바일 배달앱 시장을 기존의 음식서비스 시장이나 온라인 쇼핑시장과 구분한 독립적 산업영역으로 인식해 합병에 따른 독점이나 경쟁 제한적 요소를 판단해야한다고 봤다.
이어 독과점 시장이 형성돼 건전한 업체 간 경쟁이 사라져 합병 후 일정기간이 지난 뒤 수수료 인상 등의 시장잠식에 따른 문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영업 및 소상공인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나 서비스 개선, 국민 편익 및 종사자들의 권리신장 등에도 소홀해질 우려에 대해서도 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박홍근 을지로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합병 이후 별개 법인으로 운영해 경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배민 측 주장은 독과점 논란을 불식시키기에 많이 부족하다”며 “현대·기아차 역시 합병 후 국내시장 독과점 체제가 형성돼 자동차 가격이 연이어 오르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김경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대표위원은 “현재 배달앱 시장에서 상인들의 비용 부담은 매출의 5% 정도인데, 합병하면 10% 이상 부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우리나라 독점 규제법에는 독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전혀 없기 때문에 독점을 출현할 수 있는 기업결합심사는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당 을지로위와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의원은 “어떤 혁신도 발목 잡는 놀라운 대응”이라며 “기존 관념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사회공헌과 나눔을 실천하는 경영자조차 이토록 발목 잡히는 것을 보니, 정말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도 비난에 이기지 못할 척박한 토양이라는 점에서 서글픈 마음만 든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배민은 우리 사회와 경제 생태계에 항상 새로운 충격파를 던져왔다. ‘탈꼰대’ 사회, ‘탈권위주의’ 사회의 구체적 실천을 기업 현장에서 제대로 해낸, 진정한 21세기형 기업 모델을 제시했다”면서 “DH와의 합병을 통한 배민의 글로벌 무대로의 도약은 소유는 통합되나 경영은 분리하는 ‘역트러스트 모델’”이라고 두둔했다.
한편 이 같은 반대 입장에 박 위원장은 “특정 기업에 매우 편향됐을 뿐 아니라,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라며 “우리는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거부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없다.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반영하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함께 자리한 제윤경 의원 또한 “시장의 혁신을 위해 독점기업 탄생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기업의 자율도 존중받아야 하나, 시장참여자 전체의 이익과 건강한 시장의 성장을 위해 규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정치의 영역”이라며 “과도한 배달수수료 비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파산율이 높아지면 그 또한 사회적 비용이다. 이를 고려해 일방적 이익과 다수의 손실, 피해가 분명하다면 정치가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배민은 지난 12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DH와의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접수했다. 이에 공정위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기업결합 방법이 강요나 기타 불공정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기업결합으로 효율성 증대 효과가 발생하는지 ▲회생 불가 회사와의 기업결합에 해당하는지 등을 감안해 합병승인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기업결합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플랫폼 사업 분야의 결합이고, 배달앱 분야 주요 사업자간 결합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공정거래법령의 규정에 따라 면밀히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사기간은 법률상 120일이 소요되지만 추가자료 요구와 보완 등이 법정심사기간에 산정되지 않아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