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아들 유기한 한의사 부부 징역 2년6개월 선고

필리핀에 아들 유기한 한의사 부부 징역 2년6개월 선고

‘코피노’로 속여 현지 보호시설 맡기고 연락 4년간 끊어

기사승인 2020-01-10 09:28:32

정신질환이 있는 아들을 필리핀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부부가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부산지법은 9일 아동 유기·방임으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구속된 한의사 A씨와 불구속기소된 A씨의 아내 B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법정 구속됐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4년 자폐 증세가 있는 아들 C군(당시 10살)을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동보호시설에 맡기고 4년 넘게 연락을 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이 교육을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하지만, 아동이 느꼈을 고립감이나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정상적인 보호와 부양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아들을 맡길 당시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라고 속인 뒤 “엄마가 없어 제대로 키우기 힘들다”며 양육비를 주고 떠났다. A씨는 아이가 돌아오지 못하도록 출국 전 아이의 이름을 바꾸고 여권도 빼앗았다. 귀국 후에는 전화번호도 바꿨다.

C군의 사연은 보호시설 후임 선교사가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를 본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경찰은 외교부 등과 함께 C 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고 수소문 끝에 A 씨 소재를 찾았다. C군은 4년간 방치된 탓에 정신질환이 더 악화해 소아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왼쪽 눈도 실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필리핀에 아들을 유기하기 전에도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지역 아동기숙시설이나 사찰에 맡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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