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들의 주주 행동주의가 활발해진 가운데 주주가치 재고를 핵심으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다.
강성부펀드로 잘 알려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대한항공 일가들의 상속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조양호 회장 서거 이후 한진칼의 주가가 꾸준하게 오르고 있으며, 형제 간 상속분쟁 가능성도 커지면서 운신의 폭이 종전 보다 넓어져서다.
또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행동주의 펀드도 적극적인 주주 행동주의를 내세우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 KCGI(강성부펀드), 한진그룹 일가 분쟁에 ‘반사이익’…변수는 ‘반도건설’
지난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한진그룹 일가 내부 상속 분쟁에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한진칼의 개인 최대주주 조원태(6.52%)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간 갈등이 표면화 되면서 한진칼의 주가가 상승 곡선을 타고 있어서다.
실제 한진칼의 주가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르자 크게 요동쳤다. 지난 12월 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운영 방식에 공개적인 반기를 들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남매 간 갈등이 공개되자 한진칼의 당일 주가는 전일(3만8500원) 대비 20% 오른 4만6200원을 기록했다.
한진칼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 일가(28.94%)에 내부 균열은 KCGI에게 호재라는 평가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의 17.29%을 쥐고 있어 한진그룹 일가를 제외한 최대주주로 꼽힌다. 만약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등 가족 간의 내부 분쟁이 격화될 경우 3월 주주총회의 향방은 KCGI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하지만 변수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특히 중견건설사 반도건설이 이달 10일 자회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8.28% 매입하면서 경영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업계에서는 반도건설의 이번 지분 매입이 어떠한 방식으로 움직일지 주목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꿀 경우 6개월 내 발생한 단기매매 차익 등을 반환해야 하는데, 반도건설이 이를 감수하고서도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은 단순 시세차익을 넘어 일종의 전략적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할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조원태, 조현아 두 사람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반도건설이 ‘남매의 난’으로 일컫는 두 사람 간의 지분 다툼에서 한 쪽 편을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진칼 지배구조 이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권홍사 회장과 조양호 전 회장의 친분이 있지만 지분 매입은 그것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꾸준히 한진칼 지분 매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라며 “항공업 진출과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 KB·한투운용밸류 행동주의 펀드, 주주가치 제고·수익성 ‘일석이조’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주주가치 재고를 위한 행동주의 펀드도 시장에 관심을 끌고 있다.
KB금융의 자회사 KB자산운용이 내놓은 행동주의 공모펀드 ‘KB주주가치포커스증권투자신탁’이 15.46%(1년 기준)에 달하는 수익률(1월 13일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200지수 수익률(13.26%) 보다 높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KB주주가치포커스증권투자신탁’은 기업의 내재가치와 주주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가치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 펀드”라며 “이 가운데 저평가된 기업 중 우수한 주주정책(배당, 자사주 정책, 지배구조 개선 의지 등)으로 주가 상승 기대되는 기업에 선별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업은 현재 휠라코리아(6.88%), 삼성전자우(5.39%), 효성(5.09%), 골프존(4.61%), 메가스터디교육(3.89%)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에스엠에 대해서도 2.43%의 지분을 담고 있다.
이 펀드는 국내 최초 행동주의 공모펀드로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에 주주가치 재고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8년 4월에는 골프존에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내 승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가치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운용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내놓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한국밸류 사파이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도 행동주의 펀드(사모)로 주목받고 있다. 이 펀드는 저평가 가치주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쿼티 헤지(Equity Hedge)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대표는 “프렌들리한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라며 “최근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펀드는 헤지펀드 스타일로 운용하다 보니 큰 수익 보다는 안정성 위주로 가기에 변동성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