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 가족들 '재활난민' 신세...건강보험공단 직원도 호소

발달장애아 가족들 '재활난민' 신세...건강보험공단 직원도 호소

소아재활 의료기관, 수도권에 40% 이상 몰려...공단 직원도 왕복 5시간 출퇴근 불가피

기사승인 2020-01-15 04:00:00

전국 발달장애아 가족들이 '재활난민'을 전전하고 있는 가운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가정양립을 강조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조차 발달장애 아동을 양육하는데 부담을 호소할 지경이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울에서 원주 간 장시간 출퇴근하는 생활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건강보험공단 직원의 청원이 올라왔다. 건강보험공단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2015년 말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서울역에서 원주 본사는 편도로 약 2시간 거리다.

자신을 건강보험공단 전산직 과장이자 발달장애를 앓는 11살 딸아이의 아버지라고 밝힌 청원인은 “장애인 및 특히 발달 장애인 시설이 서울에 집중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저는 서울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반 가정이었으면 원주로 이주를 했겠지만, 이런 사정과 특수 교육비 등의 재정적 부담, 46살 연령에서 오는 육체적 부담으로 장시간의 출퇴근은 저의 개인 건강뿐 아니라 저희 가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강보험공단은 대한민국의 보건복지를 위해 최전선에서 노력하는 기관이다. 이런 일을 하는 기관이지만, 직원의 고충은 외면하고 있다. 인터넷이 되어도 전산직은 본부에서만 근무해야 하느냐”며 해결을 촉구했다. 발달장애아 양육 등 어려움을 고려해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청원인의 말처럼 국내 발달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은 수도권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소아재활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전국에 200여곳에 불과하고, 이 중 43%가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민간의료기관의 소아재활분야는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지난해 3월 경기도 일산의 한 대학병원은 반복되는 적자행진 속에 소아재활 낮병동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하고, 전국 9개 권역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했지만 규모가 줄고 속도도 더디다. 정부지원예산이 크지 않고 (78억원, 지방비 포함 156억원),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가 예상되니 지자체도 꺼려하는 실정이다.  

발달장애 아동들은 조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으면 손상된 신체기능을 회복하거나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병원 인건비가 오르면 가장 먼저 손을 대는 부서가 재활분야, 그 중에서도 ‘소아재활’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필요인력과 서비스에 비해 재활수가가 현저히 낮은 것이 원인이다. 소아재활 의료수가는 성인재활에 비해 65%나 더 적다. 의료계는 소아재활수가를 현실화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편, 건강보험공단 측은 해당 전산직 직원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원도 원주 이전 이후 공단 본부 근무자 대다수가 원거리 근무를 하고 있으며, 특수직인 전산직의 경우 인사 원칙에 따라 본사 근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단 측은 “전산직 직원을 전산직제가 없는 거주 지역 인근에 배치할 경우 공단의 보직기준을 위배하는 것이며 타 직렬 직원들과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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