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통과되자 환자정보 활용도 확대…“산업 육성 목적”

‘데이터3법’ 통과되자 환자정보 활용도 확대…“산업 육성 목적”

시민단체 반발…제공 원치 않을 경우 대비해 ‘옵트아웃제’ 도입

기사승인 2020-01-16 04:00:00

일명 ‘데이터 3법’이라고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민단체의 반발 속에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근거로 병원에 쌓인 의료데이터 활용 범위와 민간 개방을 확대하고,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정보 제공을 원치 않는 환자의 민감 정보는 활용하지 않는 ‘옵트아웃(opt-out)’ 제도를 도입해 정부 유출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은 15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바이오헬스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부처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 병원은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비식별화(가명) 조치 등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공익적 연구에만 활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었다. 이로 인해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혁신적 의료기기 개발 등 산업적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의료데이터의 가명 조치를 통한 제3자 제공 등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데이터 이용 절차 등 혼란을 예방하고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료데이터 활용 지침은 올해 하반기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시기에 맞춰 수립할 계획이다.

또 100만 명 규모 바이오 빅데이터 등 공공·민간의 보건의료 데이터 플랫폼을 확대하고,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 센터 ▲(바이오)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 ▲(병원) 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센터 ▲(신약) 인공지능 신약개발센터 등 5대 보건의료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데이터의 생산·관리·활용지원 등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지원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특히 보건의료정보라고 해서 가명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가명 처리를 위해 국내 모든 개인정보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집하는 정보 유형에는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정보와 병원이 가지고 있는 민간임상정보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기관 간 정보 연계도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고, 각 부처 장관이 연계 전문기관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 올 상반기 중에 복지부도 보건의료정보에 대해 기관 간 연계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지정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데이터에는 질병이나 신용정보 등 민감성이 높은 정보가 포함돼 있고, 정보가 유출될 경우 차별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명의 개인정보를 결합·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시민사회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호장치 없이 데이터 3법이 통과됐고, 기업이 개인의 가장 은밀한 신용정보, 질병정보 등에 전례 없이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관리하도록 길을 터주었다”라며 “데이터산업이 커지면 그동안에도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집적해 온 금융기업 등 일부 관련 기업들은 환호할 것이다. 그러나 정보 주체인 국민들은 개인정보 권리 침해, 데이터 관련 범죄 증가, 국가와 기업의 국민 감시 및 차별 심화 등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장 사적이고 민감해 보호받아야 할 각종 질병 정보, 가족력이나 유전병 정보 등 건강 정보에 의료 관련 기업은 물론이고 의료와 관계없는 온갖 영리기업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성명서를 내고 “정보인권에 대한 보호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있어 가명의 개인정보를 결합·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개인정보의 오·남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임인택 국장은 “유전자정보의 경우 개인 유전자정보 민감성에 맞춰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활용을 할 때 개인동의를 철저하게 지키도록 할 방침이다”라며 “정부가 계속해서 발표했던 100만명의 유전자 데이터도 데이터 수집 시 반드시 개인동의를 사전에 받고, 수집을 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신원을 다시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재식별화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명확하게 형벌규정이 돼 있다. 재식별화 조치를 시도하거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는 정보를 유출하고자 하고 있는 경우에는 형사처벌 등 다양한 페널티를 받는다”면서 “지금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가이드라인에도 이러한 보완조치들이 명확하게 지켜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 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감 정보 공개를 꺼려하는 국민들을 위해 ‘옵트아웃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자기 데이터를 처리되지 않기를 요구하는 사람 권리는 보장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고, 정부에서도 개인정보 주체의 권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지켜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구 국가에서는 옵트아웃제가 있다. 개인정보 가명처리를 하더라도 본인이 명시적으로 처리를 원하지 않을 때 정보가 처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옵트아웃 제도를 통해 정보가 처리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이나 법적근거를 갖추도록 해서 관리를 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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