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너도나도 “청년 잡아라”… 2030세대 맞춤형 공략은

여·야, 너도나도 “청년 잡아라”… 2030세대 맞춤형 공략은

‘이(2)사람’ 영입부터 직·간접적 지원약속까지… 실현가능성은 ‘글쎄’

기사승인 2020-01-21 06:00:00

정치권이 2030세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심지어 새로운보수당은 창당 당시부터 ‘청년당’을 표방하며 젊은 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과연 정치권의 러브콜에 청년층이 마음을 열기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서울에 거주 중인 한 30대 직장인은 “우리들은 바보가 아니다”라며 정치권의 행태를 비웃기까지 했다.

◇ ‘이(2)사람’ 영입에 열 올리는 민주, 내부 모순 시달리기도=더불어민주당은 새해 들어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 첫 단계는 ‘사람’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전국청년당 전진대회’를 열고 기존 당내 ‘청년위원회’를 ‘전국청년당’으로 확대·개편하고, 청년세대의 위치를 격상해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사람’과 ‘소통’ 중심의 개혁 의도는 2030세대가 다수 포함된 영입인재의 면면이나 총선 준비과정에 청년층을 배치시켜 젊은 층의 목소리와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각종 창구를 만든 점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파악된다. 민주당이 20일까지 제시한 총선공약에서도 이러한 의도가 읽힌다.

실제 상징적 의미를 갖는 1호 공약으로 민주당은 지난 15일 ‘무료 공공 와이파이(Wi-Fi)’ 전국 확대를 내놨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항상 손에 쥐고 데이터를 소비하며 데이터 통신비에 민감해진 젊은 세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한 셈이다. 요금을 부담하는 젊은 부모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해주며 가계경제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2호 공약은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위한 지원 확대’다. 이는 미래선도기술개발 지원확대, 4차 산업을 이끌 신(新)성장동력 육성,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 등 정부의 과학·기술·경제 정책에 방향성에 더해 청년일자리 창출 및 청년기업가 지원이라는 의도가 접목된 산물이다.

문제는 청년들의 표를 잡겠다며 2030세대 인재를 대거 영입하는데 집중한 민주당이 정작 영입인재들의 가치관 대립이나 가벼운 언행으로 인해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는 점이다. 특히 영입인사들 사이에서도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인식이나 생각이 달라 내부 모순에 빠지고, 청년들을 결집시키는데 장애물로 작용하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남아있다.

이와 관련 한 야권 인사는 “조국 전 장관으로 촉발된 공정과 정의에 대한 문제는 젊은 층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지금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사법부의 판결이나 본격적인 투표 경쟁에 들어가면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올라 민주당의 인사문제를 터트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젊어지겠다’는 한국, 구성원부터 젊다는 새보수… 젊어졌나?=진보진영이 개혁적이고 상대적으로 ‘젊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실질적인 청년정책을 내놓고 있다면 ‘보수’진영은 ‘늙다리’, ‘꼰대’, ‘아저씨’라는 이미지 탈피에 힘쓰는 모양새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77명의 경제 전문가와 청년 등이 참여하는 경제자문단을 구성하고, 산하에 ‘청년희망드림팀’, ‘일자리많이드림팀’ 등 청년중심의 일자리 및 경제정책을 구상하기로 했다. 19일에는 당사에서 ‘여의도에 90년대 생이 온다’는 제목의 좌담회를 열고, 황교안 대표가 직접 참석해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청년들을 필요할 때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으로 쓰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우리 당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에 청년들과 함께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정당이었다. 이제는 변화해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청년정책으로, 나이가 아닌 역량에 따라 일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약속하기까지 했다.

공약 또한 ‘청년’을 고려한 내용들을 담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국당은 지난 15일 재정의 건전한 운용과 탈원전 정책 폐기, 노동시장 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수정된 1호 공약을 내걸며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2호 공약인 ‘반(反)문재인 부동산정책’에서도 ‘청년’의 주거문제 해결을 함께 언급했다.

새로운보수당도 ‘낡았다’는 보수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창당 준비과정부터 청년세대가 중심이 된 세력을 끌어들이거나 연대하며 청년들이 주축이 된, 청년들을 위한 ‘젊은 당’, 기존의 보수를 깨고 새롭게 ‘개혁’하는 보수를 지향한다고 천명해왔다. 

하태경 책임대표는 지난 6일 창당 후 공식일정으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희생된 46용사들의 묘역을 참배한 후 “우리 새보수당이 현충원에서 일정을 시작한 이유는 청년정당이기 때문”이라며 “새보수당은 청년 장병들, 군인들의 정당이기도 하다. 어느 당보다 청년·군인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아가 ▲군복무 보상금 법안 ▲임대주택 가산점 법안 ▲청년 장병들 전역 후 공무원 시험 응시가산점 1% 부여를 내용으로 하는 ‘청년 장병 우대 3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년층의 표를 겨냥해 당내 구성원은 물론 총선후보 중 절반 이상을 20~30대와 여성으로 공천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젊어졌느냐는 질문에 정치권 인사는 물론 일반 국민들 또한 여전히 물음표를 떠올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말로는 청년을 외치지만 중진 의원이나 지도부부터 당선이 유력한 지역구에 나서려하고, 실현가능성에 의심이 드는 환심성 공약을 내놓는 구태를 여전히 보이고 있다”며 “확 갈아엎어야 변할 것”이라고 회의적 시선이 깔린 아쉬움을 토로했다.

◇ 문제는 ‘이해’ 보단 ‘시혜’적 접근… 회의적인 2030=다른 정당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정의당은 1호 공약으로 만20세 청년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3000만원을 제공하겠다는 ‘청년기초자산제도’에 이어, 월세에 거주하는 19~29세 1인 가구에게는 주거지원 수당을 월 20만원씩 지급하고,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 물가연동 상한제를 도입과 계약갱신청구권 2회 보장을 내거는 등 청년을 직접 공략하는 현금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실체와 한계가 모호한 막연한 공약은 설득력이 없다. 국민 평균교육 수준이 세계최고인 지금 막연한 기대치를 제공하면서 표를 얻기를 바란다면 큰 난센스”라며 “아직도 그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들의 지역감정이나 이념, 이익을 내세워 무조건 따라오며 단순한 쪽수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정당들의 안일한 접근을 지적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도 “정치인들의 의도가 눈에 보인다. 우리들(2030세대)은 바보가 아니다. 점점 정치에 대한 환멸과 답답함만 쌓이는 것 같다”며 “실현 가능한 제대로 된 공약, 기득권을 내려놓는 실천과 정말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 제발 차악에 투표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한숨 섞인 기대를 내보이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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