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완주군의 한 우체국. 50대 여성인 A 씨가 휴대전화기를 귀에 댄채 창구앞에 다가선 것은 마감이 임박한 오후 4시께.
A 씨는 금융창구에서 500만 원을 인출하려 던 참이다. A 씨는 대구은행으로 돈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그때까지도 귀에서 전화기를 떼지 않았다.
이 점을 이상하게 여긴 창구 직원은 A 씨에게 고액을 인출할 경우 쓰도록 하는 '고액사기예방 진단표'를 작성하도록 했다. A 씨는 쓰면서도 전화기만은 놓지 않았다.
범죄를 확신한 우체국 직원은 강제로 전화를 끊게 했고, 아니나 다를까 전화벨이 울렸다. 이에 우체국 직원은 "무엇 때문에 전화를 하느냐"고 다그치자 전화는 아무말 없이 끊겼다.
A 씨는 우체국 직원에게 “낮 12시 경에 핸드폰으로 '49만6천원 확인완료. 문의 02****'란 문자를 받았다"면서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검찰로 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안내를 하더라"고 말했다. A 씨는 그 쪽에서 보내 준 인터넷 웹페이지 주소(URL)를 클릭했고, 그 때부터 상대 지시에 따라 우체국 통장에 흩어져 있는 돈을 이체한 뒤 대구은행으로 송금하려던 참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부기관을 사칭해 돈을 노리는 보이스 피싱에 걸려든 것이다. 이들은 보통 결제 문자를 보낸 뒤 전화를 걸어 오면 구제해 주겠다면서 피싱사이트인 특정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해당 사이트를 통해 돈을 편취한다.
A 씨는 완주군 운주우체국 최병구(48) 씨가 아니었다면 필시 피싱사기로 인해 알토란 같은 500만 원을 잃을 뻔 했다. A 씨는 인근에서 자그마한 가게를 하고 있다. 최 씨는 A 씨에게 인근 파출소에 신고하도록 했다.
최병구 씨는 "바쁜 마감시간이었지만 눈치를 채고 대처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서 "더 바쁜 시간이었다면 신경을 못 썼을 수도 있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최병구 씨가 목격한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바로 전날에는 다른 고객이 받은 문자를 보여줘, '보이스 피싱이니까 전화하지 말라'고 말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거래하는 택배업체 대표의 친구는 최근 3천만 원을 잃었다. 미심쩍어 검찰과 경찰에 확인했으나 이는 모두 사기범이 설치하도록 한 어플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속아 감쪽같이 속았다.
최 씨는 "최근 소액결재를 빙자한 문자를 보낸 뒤 고객 돈을 가로 채는 비슷한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완주=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